한자릿수 종영 ‘사미다’, 뭐가 부족했길래
OSEN 기자
발행 2007.04.02 08: 26

탄탄한 대본과 가슴을 후비는 대사,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수려한 화면과 세련된 음악… 대부분의 드라마는 이런 조건이면 시청률 또한 좋은 결과를 내기 마련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렇지 않은 드라마도 속출하고 있다. 시청률은 포기하다시피 한 채 일찌감치 ‘마니아 드라마’의 경지에 올라버린 KBS 2TV 수목드라마 ‘마왕’이 그렇고 4월 1일 밤 방송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SBS TV 주말 특별기획 ‘사랑에 미치다’가 또 그렇다. ‘사랑에 미치다’(권기영 극본, 손정현 연출)는 마지막 방송이었음에도 불구하고 9.5%(TNS미디어코리아)의 시청률에 머물렀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는 이보다 약간 나은 10.5%였지만 대동소이하다. ‘마왕’이야 사이코메트리라는 독특한 소재를 사용하고 있고 극의 흐름이 추리극 형식을 띠다 보니 마니아 드라마로 흐를 수 있는 소지를 처음부터 안고 있었다고 치지만 ‘사랑에 미치다’가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 방송사 드라마국 관계자가 최근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옛날 시청자들은 배우가 극중에서 눈물을 흘리면 같이 눈물을 흘렸고 화를 내면 같이 화를 내고 기뻐하면 같이 기뻐했다. 그런데 요즘 시청자들은 웬만해선 움직이지 않는 관조자의 위치에 서 있다. 정통 멜로드라마라 해도 시청자들이 드라마 속에서 즐길만한 다른 요소를 충분히 마련해 줘야 한다”고 했다. ‘즐길 거리’는 여러 가지 형태를 띨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쓰는 방식인 불륜이나 코믹, 미스터리에서부터 좀더 차원 높은, 치열한 삶의 반영 등이 바로 그런 장치라고 설명했다. ‘사랑에 미치다’에서 부족한 2%도 바로 이런 데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여전히 눈부시게 아름다운 이미연의 처절한 눈물, ‘전직 가수’라는 꼬리표를 떼기에 충분한 윤계상의 의외의 선전, 현실적으로 사랑해서는 안 되는 사람과의 운명적 사랑 등이 감동적 요소로 군데군데 배치돼 있었지만 대중적 성공으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사랑에 미치다’가 너무 순수했던 탓은 아닐까. 순수 멜로가 고정팬을 끌어가는 요소였다면 코믹이나 미스터리 같은 부가적인 요소는 새로운 시청자를 불러들이는 기능을 하는데 그 부가적 기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다. 운명적이고 지고지순 한 사랑만으로 극을 이끌어 가기에는 시청자들의 입맛이 이미 닳고닳아 있었다. 그 이면에는 그 동안 우리네 드라마 제작자들이 질릴 만큼 써먹어 시청자들로 하여금 미각을 잃게 한 탓도 있다. 치열한 삶 속에 녹아 있는 보일 듯 말 듯 한 사랑, 드러내 놓고 사랑에만 목매는 이야기들보다는 훨씬 더 세련돼 보이지 않을까. 100c@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