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 가능성이 힘들어 보인 탓에 아무도 지명하지 않은 선수였지만 지명권을 아예 갖지 못한 한화 보다는 행복한 케이스였다. 현대 유니콘스가 2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열린 '해외진출선수 특별 지명회의'에서 마지막 순위로 나서 '한국산 핵잠수함' 김병현(28.콜로라도)을 선택했다. 앞서 지명한 구단들이 추신수(SK), 유제국(LG), 이승학(두산), 채태인(삼성) 등을 모두 선택한 후여서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그래도 현대 김진철 스카우트 부장은 "정말 기분 좋다. 김병현이 우리 차례까지 올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다. 앞으로 계약 등 구체적인 것은 사장님과 의논해 추진하겠다. 앞 순위였다면 투수든 타자든 누군가를 선택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수나 타자라면 다 포함되는데 누구를 점찍어 뒀었냐'고 묻자 김 부장은 "이미 남의 팀에 가게 된 선수를 언급하기가 그렇다"며 우회적으로 표현했음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사실 앞 순위 구단들이 김병현을 지명하지 않은 이유는 한 가지였다. 실력은 최상이지만 현재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관계로 국내무대 복귀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 때문에 김병현을 지명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구단 재정이 어려운 현대가 최대 거물인 김병현을 지명하게 됐다. 현대는 비록 재정 형편이 어렵지만 선수들에게는 '편안하게 운동할 수 있는 팀'으로 인식돼 있어 새로운 인수자가 나타나거나 재정이 좋아지면 김병현과 복귀 협상을 갖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보스턴 레드삭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뛰다가 돌아온 투수 출신 채태인(25)을 지명한 삼성 라이온즈는 "김병현은 복귀 가능성이 힘들어 보여 지명하지 않았다. 우리도 순서는 추신수 유제국 이승학 순이었지만 지명 기회가 없었다. 채태인은 예전에 이종두 타격 코치가 함께 훈련한 적이 있는 타자로서 키워볼 만한 재목이라는 평가를 했다. 이 코치가 기회가 되면 뽑아달라고 했다. 국내 상위권 타자들과 비교해 기량이 비슷하다는 평가"라며 김병현 대신 채태인을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또 3순위로 이승학은 지명한 두산은 "이승학이 차선책이었다. 하지만 지난 겨울 부산에서 직접 봤는데 국내에 대형 타자들이 없어 충분히 장점이 있는 투수라고 판단했다. 1순위였다면 추신수를 뽑을 생각이었다. 추신수가 앞에서 지명되면 당장 쓸 수 있는 선수로 가자고 어제 회의에서 결정해 이승학을 선택했다. 바로 계약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sun@osen.co.kr 마지막 순번인 5순위 지명권을 뽑는 현대 유니콘스 김진철 스카우트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