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기현(27, 레딩)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여름 잉글랜드 챔피언리그(2부) 울버햄튼에서 레딩으로 이적한 후 세 번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가 됐던 설기현은 데뷔 직후 기존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영표(토튼햄 핫스퍼) 보다 더 많은 경기에 출전하며 득점을 기록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구단도 설기현의 활약에 만족스러워 했고 특히 윙포워드로서 미드필더로서 크로스 능력에 굉장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설기현은 최근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 주전들의 복귀와 추가 연봉 설기현은 지난해 12월 부상을 당하면서부터 구단의 신임을 잃기 시작했다. 부상 중이었던 오른쪽 미드필더 글렌 리틀(32)이 돌아왔고 스트라이커도 복귀했기 때문에 설 자리가 없었다. 나이가 많은 리틀 대신 출전을 할 가능성이 생겼지만 존 오스터(30)가 리틀의 백업멤버로 확실히 입지를 구축해 이마저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처음 설기현이 나오지 않기 시작했을 때는 스티브 코펠 감독이 부족한 인원의 팀으로 정규리그와 컵대회를 적절하게 대비하기 위해 선수들을 구분해 출전시키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코펠 감독은 설기현을 컵대회나 2군 경기에나 내보냈고 프리미어리그에는 출전시키지 않고 있다. 하지만 레딩과 설기현이 계약하면서 출전 횟수가 정규리그 전체의 70%를 넘으면 50만 파운드(약 9억 원)를 추가로 지급하는 조건이 포함돼 설기현의 출장이 뜸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제 정설처럼 굳어졌다. 물론 설기현 본인은 이런 내용을 일축하고 있지만 구단 살림이 부족한 레딩 구단의 형편을 생각할 때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 코펠 감독과 불화설 지난 달 25일 코펠 감독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부진에 대해 세계적인 수준의 외국인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를 주름잡으면서 영국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 말에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외국인선수의 출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 설기현과 코펠 감독의 불화설도 나돌고 있다. 지난 2월 28일 경기서 교체돼 벤치로 들어오면서 설기현이 코펠 감독과 악수를 거부한 것이 단서로 지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달 21일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위해 귀국했던 설기현은 "코펠 감독이 선택했기 때문에 절대 껄끄러운 관계는 아니다"고 밝혔다. ▲ 해결 방법은? 코펠 감독은 설기현에게 실력이 있다면 충분히 출전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레딩이 이미 잔류가 확실 졌기 때문에 굳이 잘나가는 팀의 선수 구성을 바꿀 필요는 없는 것이다. 금전적인 문제 때문이든 자국리그 선수 보호 차원이든 설기현의 출전을 결정짓는 가장 절대적인 요인은 실력이다. 설기현이 결쟁자인 리틀과 오스터를 앞지르는 능력을 지녔다면 그를 아껴둘 필요가 없는 것이다. 리그에서 상위권에 들어 유럽 챔피언스리그나 UEFA컵에 참가한다면 구단으로서는 어마어마한 상금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설기현은 어쨌든 정규리그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다음 경기는 오는 7일 리버풀과의 원정 경기다. 이날도 설기현은 결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어떤 식으로든 기회가 주어지면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뿐이다. 10bir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