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시범경기 1위의 진짜 이유는?
OSEN 기자
발행 2007.04.04 07: 07

"똑같이 열심히 훈련했잖아. 기회를 주고 싶었어". SK 와이번스의 시범경기 1위(8승 2패)는 일견 '당연하게' 여겨진다. SK만큼 '처절하게' 시범경기에 임한 팀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도루 10걸 중 SK 선수만 다섯 명에 달한다. 간판 외야수 이진영은 도루를 하다 새끼손가락 뼈 일부가 떨어져나가는 중상을 입었다. 그렇다면 SK 선수들은 실속없는 전훈 평가전-시범경기부터 왜 이렇게 전력을 쏟았을까. 첫 번째 이유로 김성근 감독의 '완벽주의'를 꼽을 수 있다. '완벽한 야구'를 필생의 목표로 삼은 듯 보이는 김 감독은 승부의 경중에 관계없이 한 치의 틈도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이런 외부적 강압만으로 명색이 프로 선수들이 따라갈 리는 없다. 즉 '자발성'이 있었다는 의미다. 엄격한 이미지로 각인된 김 감독이지만 지난달 30일 현대전을 앞두고 가진 인터뷰는 선수들의 자발성을 끌어내는 그의 '솜씨'를 엿볼 수 있게 해줬다. 시범경기 동안 거의 매 경기 선발 라인업을 새로 짠 데 대해 그는 "똑같이 열심히 훈련했다. (후보급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었다. 엔트리 제한 없을 때라도 써줘야지"라고 답했다. '기존 주전들의 위기의식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 말하지 않았다. 또 김 감독은 시범경기 동안 일관되게 '잘한 선수'만 지적했다. 시범경기 내내 잘 던지던 제4 선발 이영욱을 두고 "제구력이 부족하다"고 못마땅해 했는데 막상 마지막 등판에서 더 흔들리자 "어떻게 매일 잘 던져?"라고 오히려 감싸줬다. 김 감독에게 '찍혀' 주전 자리마저 위협받던 이진영이 다치자 "캠프 돌아오고나서 속상해서 처음으로 술 마셨다"고 토로했다. 백업 포수 정상호의 투수 리드 미숙을 질문 받자 "(우리 팀 투수들은 싫어해도) 내가 좋아해"라고 넘겼다. 어느 순간부터 '감독이 자기를 알아준다'고 믿게 된 선수들은 거기에 부응하기 위해 전력을 쏟았다. 그 결과가 '오키나와 리그'의 왕자와 시범경기 1위였다. 아직 시즌 뚜껑은 안 열렸고 부상자도 속출했지만 현 시점까지는 '김성근의 페이스대로' 순항 중인 SK호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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