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투수' 류현진(20.한화)이 새로운 벽과 만났다. 류현진은 지난 6일 SK와의 개막전 선발투수로 등장해 5⅔이닝 동안 5피안타(3볼넷) 3탈삼진 4실점했다. 9회말 극적인 동점을 이뤄 패전의 위기를 벗었지만 첫 출발은 삐끗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전 "지난해 4선발에서 1선발로 승격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 그만큼 최고투수가 된 것이다"고 남다른 의미를 두었다. 이젠 팀의 에이스로 마운드를 이끄는 책임이 주어졌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개막전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특유의 괴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직구 구속은 140~146km를 마크했지만 제구력과 변화구가 마음 먹은 대로 들어가지 않는 듯했다. 무엇보다 변화구 구사 비율이 1.2대1로 직구보다 많았던 점도 눈에 띠는 요소. 140km대 후반의 직구로 윽박지르고 명품 변화구로 상대를 솎아내는 류현진 특유의 방정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분명한 것은 지난해 보여준 괴물투수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류현진은 경기 후 "개막전이라서 부담이 있었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류현진 앞에는 여러 가지 벽이 가로 놓여있다. 올 프로야구의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는 지난해 고졸루키로 200이닝 넘게 던진 류현진이 여전히 위력적인 구위를 보여줄 수 있는가다. 이른바 '2년차 징크스'라고 말할 수도 있는데 상대팀의 집중 분석과 견제의 대상이 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게다가 지난해 4선발에서 1선발로 승격한 것도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김인식 감독도 "지난해는 상대팀 4선발투수와 경기를 했지만 올해는 에이스들과 맞대결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젠 팀의 간판투수들과 정면대결을 통해 일어서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물론 개막전 첫 경기에 불과해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더욱이 첫 야간 개막전이었다. 밤공기는 아직은 쌀쌀하다. 앞으로 날씨가 따뜻해지면 류현진의 구위도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로 오랫만에 나타난 '슈퍼스타' 류현진이 새로운 벽을 넘어 에이스로 오롯하게 자리를 지키기를 기대해본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