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은 무대 위에서 더 빛났다. 노래하고 춤추며 연기까지 해야하는 뮤지컬 배우로서다. 7일 오후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창작 뮤지컬 '댄서의 순정'으로 데뷔한 그는 2시간 30여분의 공연이 끝난 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유진은 연변서 온 조선족 아가씨 채린 역을 맡았다. 영화 속 문근영이 연기해 화제를 모았던 캐릭터다. 뮤지컬 '댄서의 순정'은 문근영 주연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 했다. 가수와 연기자로 탄탄한 입지를 굳혀온 유진으로서는 부담이 큰 도전이었다.
문근영의 호연으로 영화는 흥행 성공을 거뒀고 그 앳된 연변 처녀의 인상이 아직 관객들 기억에 뚜렷하게 남아있기 때문. '댄서의 순정'하면 문근영 이란 공식이 탁하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무대 위 유진은 여성 댄스그룹 SES 출신다운 가창력과 춤 솜씨를 바탕으로 이같은 걱정을 깨끗이 털어냈다.
연기력도 그 동안의 TV 드라마 출연에서 벌써 인정받은 바 있다. 그동안 갈고 닦은 노래, 춤, 연기를 한번에 모아 뮤지컬 데뷔 무대에 쏟아부었으니 관객들은 연신 '브라보'를 외칠수 밖에. SES 시절부터의 절친한 동료 바다를 비롯해 소유진 등 그의 첫 공연을 축하해주러 온 친구들도 공연 후 기립 박수를 보내며 기쁨을 같이 했다.
특히 채린이 한국 댄스 스포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파트너와 함께 우승을 차지하는 뮤지컬 하이라이트 부문에서 유진의 진가는 빛을 발휘했다. 화려한 댄스 의상을 입은 문근영이 기대 이상의 춤 실력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바로 그 장면이다. 첫 도전 뮤지컬에서 고된 훈련으로 갈비뼈에 실금이 가는 부상을 당한 유진으로서는 문근영의 잔영과도 싸워여할 힘든 대목이었다.
브라질 리오 카니발의 무희마냥 등이 깊게 파이고 온통 반짝이로 출렁거리는 섹시 댄스 의상으로 무대에 오른 유진, 스텝 스텝 마다 각 지고 유연한 동작을 반복하면서 객석의 혼을 뺐다. 문근영의 컨셉트가 청순 쪽으로 쏠렸다면 유진은 섹시함으로 승부해 후발 주자의 불리를 이겼다.
"아주바이, 정말 열심히 출테니 그냥 남게해주시면 감사하겠슴다." 전작 TV 드라마서 강원도 사투리로 화제를 모았던 그녀, '댄서의 순정'을 통해 능구렁이 담 넘어가는 듯한 연변 말씨도 선보였다.
영화의 신파를 덜어내고 코미디를 더한 뮤지컬 '댄서의 순정'은 최근 강하게 불고있는 뮤지컬 붐에다 유진 등 출연진의 호연이 더해져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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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공연 장면(컬처캡미디어 제공)과 영화 '댄서의 순정' 스틸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