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아닌 조폭 영화 '우아한 세계'에 조폭 연기의 달인들이 대거 등장해 화제다. 주연 송강호는 조폭의 중간 보스이면서 자신을 중산층 샐러리맨 가장처럼 생각하는 인구를 연기한다. 요즘 40대 소시민 가장이 겪는 아픔과 고통을 더 선명하게 부각시키기 위해 조폭 사회를 무대로 삼았을다. 그가 각종 인터뷰에서 "'우아한 세계'를 조폭 영화로만 보지 말아달라"라고 강조하는 근거다. 박해일 강혜정 주연의 데뷔작 '연애의 목적'으로 주목받은 한재림 감독도 비슷한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손에 각목을 든 송강호는 그 야비하고 강렬한 눈빛 하나로 이 영화에서 빛이 났다. 금발 머리의 덜 떨어진 가장 역할('괴물')에서 제 자리를 찾아간 듯한 느낌이다. 왜 그럴까. 오늘의 그를 만든 캐릭터가 바로 '넘버3'의 막가파 보스 조필 역이기 때문. 입에서 침을 튀기며 '헝그리 정신'과 '최배달 형님'을 강조하다 부하를 죽도록 두들겨 패는 조필, 거기에서 관객들은 진정한 연기파 배우의 탄생을 지켜봤다. 오달수는 인구와 죽마고우이면서 상대 조직에 몸담은 조폭으로 등장한다. '주먹이 운다'에서 전직 복서 최민식을 자근 자근 씹어가며 괴롭히던 그 깡패, 한결 점잖은 모습의 조폭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깡패와 조폭은 좋은 포장지로 감쌌느냐 아니냐의 차이일뿐, 한꺼풀 속을 들추면 '구타유발자들'의 잔인한 동네 양아치 모습 그대로다. 윤제문도 출연했다. '비열한 거리'에서 조인성에게 담금을 당했던 조폭 두목. '열혈남아'에서는 설경구에게도 칼침을 맞았다. 이번에는 인구와 같은 조직인 '들개파'의 2인자 노상무 역을 맡았다. 조직 보스인 자신의 친형 노회장의 총애를 받는 만큼, 인구와는 대립 관계다. 송강호와 오달수, 윤제문이 보여주는 조폭답지 않은 조폭의 세계, 그것이 곧 '우아한 세계'라는 게 역설이다. mcgwire@osen.co.kr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