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중계 女 듀오, "좋은 경험 살려 더 잘할게요"
OSEN 기자
발행 2007.04.09 16: 06

올 시즌 프로배구는 지난 시즌보다 관중이 50% 더 늘어나 예전의 화려했던 명성을 되찾았다. 경기마다 명승부가 펼쳐졌고 많은 관중들이 체육관으로 몰려와 선수들의 플레이에 환호했다. 이같이 배구가 다시 인기를 회복할 수 있었던 것은 프로배구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노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계자들이 관중 유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중에서도 국내 배구 중계 최초로 여자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을 내세운 것도 신선한 시도 중 하나였다. ▲ 앞으로 도전할 후배들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그동안 한국의 스포츠 방송에서 여자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은 피겨 스케이팅이나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혹은 체조 정도였다. 축구, 야구, 농구, 배구 등 소위 4대 메이저 스포츠에서 여자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을 찾아보기 힘들다. 예전부터 남성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의 전유물로 여겨져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몇몇 방송국들이 4대 메이저 스포츠에 여자 인력을 투입하기 시작한 것. 축구와 농구 등에 여자 아나운서들이 등장해 좋은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프로배구를 독점 중계한 KBS N SPORTS 채널에서 여자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을 동시에 기용한 것이었다. 이에 올 시즌부터 마이크를 잡게 된 여자 듀오가 바로 한정미 아나운서와 박미희 해설위원이다. 그동안 남성 아나운서와 해설위원의 굵은 목소리를 들어왔던 배구팬들로서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시즌 초반 투입되어 30경기 이상 여자부 경기를 중계했다. 국내 최초로 여자배구를 중계한 한정미 아나운서와 박미희 해설위원을 지난 6일 프로배구 V리그 시상식에 앞서 만나보았다. "아직까지 낯설어 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하지만 격려하시는 분들도 많아서 열심히 했지요". 한정미 아나운서의 말이다. 한정미 아나운서는 스포츠 중계 경력이 만만치 않다. 각종 스포츠 중계를 도맡아 했고 지난해에는 3개월 정도 최천식 해설위원 등과 함께 비치발리볼을 중계했다. 피겨스케이팅과 체조 등 여자 아나운서들이 주로 도맡아 하는 종목은 물론 다른 종목에서도 안정된 진행을 보이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한정미 아나운서와 함께 마이크를 잡은 박미희 해설위원은 여자 국가대표 센터 경력을 지닌 왕년의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1983년 미도파에 입단, 91년 은퇴할 때까지 최고의 센터로 활약했다. 센터와 함께 세터까지 커버할 수 있어 멀티 플레이어로도 각광을 받았다. 91년 은퇴 후에는 숭의여대에서 레저 스포츠를 가르쳤다. 이후 부군의 중국 연수 때 함께 가 중국어를 공부했다. 지난해 1월까지 중국에서 공부를 했으니 중국어 실력도 수준급이다. 지난해부터 각종 국제 경기의 해설을 맡아오다 올해부터 KBS N SPORTS 채널이 독점적으로 배구 중계를 시작해 본격적인 해설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처음에 제의받았을 때는 망설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고 기회가 주어졌으니 앞으로 이 일에 도전할지도 모르는 후배들을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위원은 지금 하는 일이 단순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 후배들을 위한 것이라며 사명감이 더 크다고 말했다. 다른 종목에 비해 여자 해설위원이 부족한 배구에서는 더욱 자신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었다. 그녀는 여자부 경기에 여자 해설위원이 더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더 세심한 부분까지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자 선수들, 여자부 경기에는 남자 선수들, 남자 경기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어요. 특히 심리적인 부분들이 크죠. 이런 부분은 아무래도 남자 해설위원보다는 직접 경험한 여자 해설위원이 더 잘 압니다. 따라서 시청자들도 좀 더 세세한 얘기를 들을 수 있고요". ▲ 아직도 햇병아리, 갈 길이 멀어 사명감이 더해져 더욱 신중한 중계를 할 수 밖에 없었던 한 아나운서와 박 위원이지만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하는 것이어서 고생도 많았다고 한다. 한정미 아나운서는 예전에 중계했던 비치발리볼과는 많이 달라 초반에 고생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에 3개월 정도 비치발리볼 중계를 했지만 많이 다르더라고요. 첫 경기에서는 부담감이 심해 긴장을 많이 했어요. 배구 첫 중계인 데다 현장 생중계는 처음이었거든요. 선수들에 대해 완전히 익힌 상태도 아닌 데다 현장 생중계가 주는 중압감에 목소리도 제대로 안나왔어요. 첫 중계 방송을 모니터한 후에는 너무 창피해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선배들에게 얘기했는데 많은 격려를 해주시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그녀는 겨우 정신을 차리기 시작한 것은 세 번째 중계부터였다며 배구가 중계하기 상당히 까다로운 종목이라고 덧붙였다. "배구는 속도가 빠른 종목이예요.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설명해야 합니다. 순간적으로 모든 상황을 함축할 수 있는, 촌철살인의 말이 나와야 하는데 아직은 햇병아리죠. 중계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어요.정말 선배 아나운서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박미희 위원도 마찬가지였다. 박 위원은 특히 중계를 하다가 흥분하기도 했다며 웃음지었다. 아무래도 중계를 하다보면 현역 시절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피가 끓어오르는 모양이었다. "계속 중계를 하다보니 나 자신도 모르게 몰입이 되더라고요. 특히 코트 위에서 뛰는 선수들이 평소에는 '언니, 언니' 하면서 따르던 후배들이라서 그런지 더 그랬어요. 처음에는 괜히 흥분해서 말도 못했던 경우도 있었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실수한 적도 많았어요. 선수 이름을 잘못 말하는 경우도 있었고 갑자기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말을 한 경우도 있었지요". ▲ 좀 더 정확하고 세심한 중계로 다가갈 것 한 시즌간 많은 경기를 중계하며 큰 경험을 쌓았던 한정미 아나운서와 박미희 위원. 이들은 올 시즌을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그리고 올 시즌 중 아쉬웠던 점을 시금석으로 삼아 다음 시즌에는 더욱 달라진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래도 첫 시즌이었던 만큼 아쉬운 점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한정미 아나운서는 좀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노련미를 키워야겠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아무래도 현장 중계 경험은 많지 않았아요. 보통은 (스튜디오에서 하는) 옵티브 중계였죠. 이번 시즌 현장 중계의 맛을 본 만큼 다음 시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노련미를 쌓고 더욱 많은 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계에 있어서 제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멀고 먼 길이지만 노력한다면 잘 될 것입니다. 또한 배구 중계를 맡을 수 있게 기회를 준 회사와 선배님들에게 감사드려요. 배구 선수들을 코트에서 직접 볼 수 있어서 더욱 좋았습니다". 박미희 해설위원은 앞으로 정확한 해설과 더불어 예측도 가미하겠다고 밝혔다. 즉 지금의 상황뿐만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상황에 대해서 시청자들과 공유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인터뷰를 마쳤다. "중계가 있기 전 취재를 통해 선수들의 현재 상태를 알아야겠죠.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해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고 난 뒤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해 앞으로 펼쳐질 상황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정확한 예측을 통해 시청자들이 배구를 보는 즐거움을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bbadagun@osen.co.kr 박미희 해설위원-한정미 아나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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