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가수들의 가장 큰 딜레마는 가창력과 퍼포먼스라는 두 마리 토끼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최근 거의 모든 음악프로그램이 라이브를 지향하는 추세로 전환하면서 가수의 본분인 가창력에 중점을 두려다 자칫 댄스가수가 멀뚱멀뚱 서서 노래만 불러야하는 밋밋한 모습을 연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보는 즐거움을 만족시키고자 퍼포먼스에 중점을 두다보면 마이크 사이로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새어나와 듣기 민망한 무대가 연출되기 십상이다. 춤과 노래를 동시에 완벽히 소화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이 가기에 이 딜레마를 극복한 가수들에 대한 여론의 관심 또한 뜨거울 수밖에 없다. 일본 국민을 사로잡은 보아 가창력과 퍼포먼스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가수들로 먼저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보아를 들 수 있다. 보아는 4월 1일 오후 4시 일본 도쿄 요코하마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2007 ARENA TOUR 'MADE IN TWENTY' 콘서트에서 약 2시간 동안 총 21곡의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했다. 격렬한 춤을 추면서도 전혀 흔들림 없는 라이브 실력을 과시해 현장에 있던 취재진들을 놀라게 했으며 그녀가 일본의 톱스타 위치에 올라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섹시함 뒤에 가려져 있던 의외의 가창력 서인영 쥬얼리가 아닌 솔로가수로 1집 앨범을 발표하며 파격적인 골반패션으로 나타나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서인영은 초반 워낙 강한 섹시 콘셉트로 인해 그녀의 가창력에 대한 기대는 냉담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주목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노출에만 신경을 쓴 그렇고 그런 섹시 콘셉트의 여가수쯤으로 전락할 뻔했던 그녀가 최근 인기 급상승 중인 이유 중 하나는 뛰어난 라이브 실력에 있다. 섹시하고 관능적인 댄스를 소화하면서도 깨끗한 고음처리와 라이브 실력을 연출하고 있는 그녀에게 네티즌들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것. 섹시한 외모로만 승부하려는 일부 가수들과는 달리 뛰어난 가창력까지 겸비한 모습에서 프로다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또 쥬얼리로 활동할 당시 메인 보컬 박정아의 그늘에 가려 진가를 발휘하지 못하다가 솔로앨범을 통해 그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뛰면서 노래 연습한 섹시카리스마 아이비 최근 각 온라인 음악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섹시카리스마를 뽐내고 있는 아이비 역시 가창력과 퍼포먼스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 가수 중 한 명이다. 2집 타이틀곡 ‘유혹의 소나타’는 강한 비트의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섹시함과 함께 여전사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 카리스마까지 요하고 있어 춤과 라이브를 동시에 소화하기가 쉽지 않은 음악. 하지만 아이비는 이 같은 우려를 딛고 파워 넘치는 섹시춤과 함께 라이브 솜씨를 뽐내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아이비의 소속사 관계자는 “평소 아이비는 뛰면서 노래연습을 한다. 데뷔 준비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다"며 그녀의 라이브 비법을 전했다. 아이비는 댄스곡뿐만 아니라 발라드곡 ‘이럴거면’을 통해 가창력을 과시하고 있다. 춤 되고 노래 되는 대표 남자가수 세븐 세븐의 가장 큰 강점은 파워있는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자유자재로 가능하다는 점이다.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박진영이 “비는 힘을 조금 빼고 세븐은 힘을 조금 더 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처럼 솔로 가수로서의 카리스마를 조금만 더 갖춘다면 해외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가수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그의 가창력은 4월 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 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2007 세븐 콘서트 ‘747’ 공연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입증됐다. 3시간가량 총 25곡에 달하는 곡을 모두 라이브로 소화해낸 세븐은 4집 앨범 활동을 마감한다는 아쉬움 때문인지 더욱 열정적인 공연을 선보여 감동을 안겨줬다. 이처럼 가수가 노래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갔다. 명색이 댄스음악을 부르는 가수가 3,4분 정도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무대 위에서 노래만 부르다 끝난다면 부르는 가수 본인도 민망할 뿐더러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흥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보는 즐거움 또한 팬 서비스 차원에서 필요한 조건이 됐기 때문에 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가수들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때이다. hellow0827@osen.co.kr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보아, 서인영, 세븐, 아이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