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코치의 어려움. 노찬엽 LG 코치는 3루코치직을 두고 "꽃보직"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감독의 사인을 선수들에게 전달하기에 야구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 판단에 팀의 승패가 왔다갔다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 코치는 정신적 중압감도 언뜻 내비쳤다. 핵심적 기능인 만큼 실수가 치명적일 수 있어서다. SK-삼성의 시즌 첫 대결이 열린 지난 10일 문학구장. 양 팀 3루코치들은 한 번씩 '용궁'에 다녀왔다. 먼저 유중일 삼성 3루코치는 2회초 원아웃 1,2루 때 김창희의 중전안타가 터진 직후, 2루주자 진갑용을 3루에 멈추게 했다. 그러나 타이밍상, 진갑용이 기세를 몰아 홈으로 질주했으면 살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스톱 사인과 거의 동시의 일이지만) SK 중견수 김강민은 타구를 더듬었다. 이후 박정환의 유격수 병살타가 나오는 바람에 삼성은 선취점 기회를 날렸다. SK의 경우 중후반에 횡사가 나와 더 뼈아팠다. 5-5로 맞서던 6회 투아웃 2루에서 대타 조동화는 좌전안타를 터뜨렸다. 여기서 이광길 SK 3루코치는 주자 박정권을 홈으로 돌렸으나 삼성 좌익수 심정수의 호송구에 걸려 아웃됐다. 간발의 차로 역전 기회를 상실한 SK는 8회 진갑용에게 결승 솔로홈런을 맞고 패배했다. 드러난 결과를 떠나 3루코치가 얼마나 '살 떨리는' 보직인지를 단적으로 드러낸 한 판이었다. 왜 요미우리가 감독 출신인 이하라를 3루코치로 초빙했는지도 짐작할 만한 대목이었다. 삼성과 SK가 공격적 주루 플레이를 천명한 이상, 두 코치의 역량이 더욱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sgoi@osen.co.kr 지난 10일 인천 경기서 유중일 삼성 3루코치가 홈런을 친 진갑용과 주먹을 맞부딪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