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천적인가. 롯데에 개막 3연패를 당해 휘청거렸던 현대가 KIA를 제물 삼아 벌떡 일어나고 있다. 현대는 지난 10, 11일 KIA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두고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만일 연패에 빠졌다면 팀은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을 것이다. 특히 2경기는 모두 KIA에 질 수도 있었던 경기를 뒤집은 것이다. 경기 결과는 4-1, 11-1로 완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승부의 흐름을 뺏길 수도 있었던 상황을 반전시키고 역전승을 올렸다. 10일 경기에서는 0-1로 뒤진 8회초 2사후 브룸바의 동점포를 앞세워 연장 승부 끝에 이겼다. 브룸바의 동점포가 터지지 않았다면 흐름은 그대로 KIA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11일 경기에서도 4회말 선취점을 내준 뒤 이어진 1,3루 위기에서 무실점으로 막은 게 승리의 비결이 됐다. 여기서 추가점을 내줬다면 중반 균형이 깨졌고 KIA의 두터운 허리를 감안한다면 결코 쉽지 않을 경기였다. 지난해 현대는 KIA를 상대로 13승5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자랑했다. 4월 14일 양 팀간 첫 경기에서는 KIA가 이겼다. 그러나 현대는 이후 KIA를 상대로 8연승을 올렸다. 현대가 개막 초반 하위권으로 평가받았지만 당당히 2위에 오른 것도 KIA를 상대로 챙긴 승수가 큰 힘이 됐다. 올해도 현대는 KIA를 상대로 기분 좋은 첫 출발을 하고 있다. 지난해 서정환 감독은 "이상하게 현대를 만나면 경기가 꼬인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현대 선수들은 "KIA를 만나면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승부의 세계에서 존재하는 천적관계를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거꾸로 내심 현대를 제물 삼아 선두권으로 치고나 가려던 KIA는 2연패로 주춤한 상태. KIA로서는 지난해의 현대 악몽에 다시 시달리게 됐다. KIA에게는 현대와의 천적 사슬을 끊지 않고는 한국시리즈행을 이룰 수 없다는 절대 화두가 주어졌다. sunny@osen.co.kr 지난 11일 광주 KIA-현대전=KIA 타이거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