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창원 LG와 부산 KTF의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쿼터 막판 LG의 외국인 선수 퍼비스 파스코가 거친 파울을 당한 뒤 상대편 선수의 목을 잡아 밀치고 이를 말리던 심판까지 팔꿈치로 가격, 퇴장 당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프로농구 사상 초유의 사건을 접한 LG 구단은 13일 파스코를 퇴단시키로 결정했다. 파스코는 2006~2007시즌서 경기 중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조절하지 못하고 자주 거친 항의를 통해 '문제아'로 낙인 찍혀 있었다. 파스코에 대한 거친 수비는 예견됐던 일이었다. 10일 벌어진 2차전에서 애런 맥기의 퇴장 사태에서 보듯 쉽게 흥분하는 선수들에게는 거친 수비로 도발하는 것이 어느 정도 전술로도 이용되어 왔다. 이번 사태를 통해 너나 없이 외국인 선수들을 싸잡아 '폭력배', '건달' 등으로 취급하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국내 선수들은 거의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는 행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이 없었겠지만 핵심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승부에 집착하는 경기 운영이다. KBL을 거쳐간 외국인 선수들은 대부분 거친 한국농구에 적응하기 힘들다는 말을 했다. 수비 때뿐만 아니라 팬들이 농구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속공 때 고의적인 파울로 찬물을 끼얹는 경우가 많다. 물론 프로스포츠 세계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이 1차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승부욕에 의해 일어날 수 있는 일이겠지만 NBA를 비롯한 수준높은 농구를 접해본 팬들에게는 흥미를 떨어트리는 요소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심판들의 애매한 판정을 들 수 있다. 안양 KT&G의 단테 존스의 경우 6강 플레이오프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관중석으로 공을 차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당시도 애매한 판정에 화가 나 그런 행동을 한 것이다. 존스는 정규 시즌서도 자신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상대 선수가 멱살을 잡으며 도발했을 때 참았어도 더블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고 일관성 없는 판정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을 때 제대로 된 설명 없이 그냥 지나쳐 버린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파스코를 비롯 코트에서 폭력을 행사한 행위에 대해서는 엄벌을 내려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폭력은 정당화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흥분한 선수 탓만 하기에 한국 프로농구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선수뿐만 아니라 구단과 심판 그리고 KBL도 이와 관련해 다각도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한편 얼마 전 여자 프로농구 겨울리그 챔피언결정전서 우승한 신한은행의 이영주 감독은 "선수들의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에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이런 말은 비단 선수 수준뿐만 아니라 팬들의 수준도 같이 높아졌다는 말로도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도 프로농구는 성적에 집착하는 경기 운영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프로스포츠의 덕목 중 승리가 최선일 수 있으나 선수들이 불만을 품으면 경기력에서 자연히 표가 나게 마련이고 이는 팬들로 하여금 경기장을 떠나게 만들 수도 있다. 또 심판들도 일관된 판정을 내리지 못하고 보상 판정 등 '눈 가리고 아웅' 식의 경기 운영을 빈발한다면 팬들의 실망만 가중시킬 뿐이다. 프로농구도 이제 10살이 넘었다. 과연 무엇이 선수와 팬을 위한 것인지 농구인들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10bird@osen.co.kr 지난 2월 16일 서울 삼성과의 정규시즌 경기 중 심판에 항의하다 퇴장당하는 파스코(가운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