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시트콤과 정극의 경계가 없는 배우
OSEN 기자
발행 2007.04.13 10: 28

배우들이 숙명으로 여기고 있는 이미지 변신이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정극에만 출연해왔던 진지한 이미지의 배우가 어느 날 시트콤에 출연해서 남들을 웃긴다거나 반대로 시트콤으로 인해 코믹 캐릭터로 자리를 굳힌 배우가 또다시 정극으로 돌아와 눈물샘을 자극하기란 오로지 배우의 역량에 달려있는 문제이다. 이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기 위해서는 뛰어난 연기력과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최근 MBC 수목미니시리즈 '고맙습니다'에 출연하고 있는 신구는 지금으로부터 약 7년 전인 2000년 SBS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 고집 세고 까다로운 노구 역으로 출연해 노주현과 함께 극을 이끌어갔던 장본인이었다. 극중 얄미운 성격으로 인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시켰으며 코믹 캐릭터로 이미지 굳히기에 성공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배우들이 조심해야할 것은 이미지가 너무 고정된 나머지 나중에 정극으로 돌아갔을 때 자칫 다른 연기자들과 동화되지 못하고 어색한 불협화음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신구는 역시나 베테랑이었다.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노구 캐릭터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정극 연기로 돌아왔을 때 어색함이 있을 법도 한데 ‘네 멋대로 해라’,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등을 거쳐 최근 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까지 그의 연기 스펙트럼은 방대하다. 특히 ‘고맙습니다’를 통해 신구는 조연이지만 주연 못지않은, 잔잔하지만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극중에서 아들과 며느리의 갑작스러운 실종으로 인해 정신을 놓고 치매에 걸린 이병국 노인 역을 맡은 신구는 실제 같은 리얼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특히 3회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두섭 모친을 따라 “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하는 장면과 갈대밭에서 몰래 볼일을 보고 있던 기서를 쫓아다니며 “오줌 싸, 형”을 외치는 장면, 7회에서 석현 어머니를 보며 “안녕하세요. 부처님”이라고 말하고 봄이와 시체놀이를 하는 장면, 그리고 8회에서 보람 어머니에게 “우리 봄이도 에이즈에 걸렸어요. 때리지 마세요. 바보 똥개야”라고 말하는 장면 등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도 “치매노인 배역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역시 베테랑이세요. 무지 귀엽고 부모 생각나게 합니다”, “주연이든 조연이든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는 이들의 연기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박수갈채를 보내게 하네요”, “신구 할아버지 연기는 연기가 아닌 것 같아요. 원래 연기 너무 잘하시는 분이지만 넋 놓고 보게 만드시더라고요”라며 아들, 딸, 손자, 손녀 같은 시청자들의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시트콤과 정극의 경계가 없는 배우 신구가 앞으로 극중에서 만들어낼 웃음과 눈물에 벌써부터 가슴이 따뜻해진다. hellow0827@osen.co.kr '고맙습니다'에서 치매노인 역으로 출연중인 신구/ MBC 홈페이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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