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제 딜레마' 두산, 어찌하나
OSEN 기자
발행 2007.04.15 09: 04

김경문 두산 베어스 감독은 지난 14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일련의 '분위기 쇄신'을 단행했다. 강동우를 2군으로 내렸고, 유재웅을 전격 1군 승격시켰다. 유재웅은 당초 중심타선의 한 축을 이룰 것으로 기대받았으나 시범경기 도중 입은 다리 부상 탓에 지각 합류했다. 유재웅의 복귀와 맞물려 타순도 바뀌었다. 또 백업포수 김진수가 주전 출장했고, 홍성흔은 지명타자로 돌았다. 경기 중에도 1번 고영민이 4-2로 쫓기던 4회말 무사 1루에서 '안 하던' 희생번트를 댔다. 타자들은 SK 선발 김원형을 3이닝 만에 내쫓았고, 후속 이영욱도 두들겨 4회까지 6-2 리드를 잡았다. 김성근 SK 감독이 "내일을 대비할까"라고 '백기'를 걸기 일보 직전까지 몰아붙였다. 그러나 선발 김명제(20)가 5회초 고비를 넘지 못했다. 5회 원 아웃 후 4실점(3자책점)하고 강판. 이 탓에 다 잡았던 연패 탈출은 6-6 동점이 돼버렸고 결국 6-9로 역전패했다. 사실 김 감독은 김명제가 5회 1사 1루에서 SK 3번 김재현에게 좌전안타를 맞자 바로 김승회를 대기시켰다. 그러나 김 감독은 4번 박경완의 좌익수쪽 2루타, 5번 정근우의 좌전안타가 터지고 나서야 김명제를 교체했다. 이 사이 김 감독은 윤석환 투수코치를 한 차례 마운드에 올렸다. 이어서는 포수 김진수까지 불러 김명제의 상태를 확인했다. 제반 상황을 종합할 때, 김 감독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으면서도 나머지 투 아웃을 김명제에게 맡기고 싶었던 듯했다. 다른 부분에서는 단호했던 김 감독이 김명제 만큼은 믿어보려 했으나 '배신'당했고, 이는 치명적 패착으로 작용했다. 김승회-정성훈-구자운 불펜진까지 소진돼 충격파는 더 크다. 결과적으로 '김명제의 실패'는 두산에 두 가지 부담을 안겨줬다. 단기적으론 5연패, 장기적으로는 박명환(LG)의 공백 실감이다. 김명제는 총 83구를 던졌으나 이 중 61구가 직구였다. 140km대 직구 하나로 일관한 극히 단조로운 피칭이었다. 이 점에서 슬라이더와 경기 조절능력을 갖추고 있는 박명환과의 관록차가 드러난다. 김명제가 '박명환과 김선우의 그림자'를 지워주지 못했다는 점이 두산으로선 5연패보다 더한 아픔이었다. sgo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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