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트로피카나필드(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17일(이하 한국시간) 트로피카나필드. 서재응(30.탬파베이 데블레이스)은 1루쪽 불펜에서 몸을 푸는 후배 유제국(24)의 불펜피칭을 옆에서 지켜보며 조언하고 있었다. 이따금씩 농담을 던지는 표정이 의외로 밝아보였다. '의외'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전날 있었던 사건 때문.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 아쉽게 승리를 놓친 그는 경기 후 미국 기자들과 인터뷰를 거부했다. 말을 하기 싫을 정도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서재응이다. 훈련을 마치고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서재응은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예의 쾌활한 모습이었다. 현지 기자들과 인터뷰를 거부할 정도로 화가 난 이유가 궁금했다. 승리가 날아갔기 때문일까. 서재응은 이렇게 답했다. "공 한 개가 아쉬웠다. 상대 9번타자 제이슨 바틀렛에게 동점타를 맞은 타구는 사실 버리는 공에 가까웠다. 걸려도 좋다는 생각으로 투심패스트볼을 외곽으로 구사했는데 그걸 받아쳐서 내야안타를 만들더라. 그것 때문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이제는 풀렸다. 야구를 하다보면 이런 저런 일도 있는 것 아닌가". 당시 서재응은 4-3 박빙의 리드를 지키고 있었다. 7회말 2사 3루에서 앞선 두 타석에서 안타를 허용한 바틀렛과 맞서 서재응은 신중하게 승부했다. 볼2개를 먼저 던진 뒤 파울과 이어진 볼로 볼카운트 1-3. 서재응은 1루로 내보내면 좋고 아니더라도 범타를 유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공을 뺐는데 바틀렛이 휘두른 방망이 끝에 맞은 타구가 유격수 앞에서 크게 튀면서 내야안타로 연결됐다. 메트로돔에 깔린 인조잔디가 원흉이었다. 사실 서재응은 기분에 따른 반응을 즉시 나타내는 편이다. 마음 속에 꾹 담고 '병'을 만들기 보다는 기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즉시 감정을 발산하면서 해결한다. 그의 이런 스타일을 감독 코치는 물론 팀 동료들도 잘 알고 있다. 전날 경기는 '호투'라고 표현해도 무방한 경기였다. 7회 리드를 날린 점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무난한 투구였다. 허리진이 부실한 탬파베이 입장에서도 7이닝을 막아준 서재응은 '고마움의 대상'이다. 그가 등판한 3경기 가운데 탬파베이는 2승을 거뒀다. 서재응도 전체적인 투구내용에 만족해 했다. "텍사스전에 비해서 상당히 좋았다. 투구폼도 그렇고 팔의 각도도 안정됐던 경기였다"면서 "1회와 7회에 전력 투구를 했고 나머지 이닝에는 쉽게 던졌다"고 말했다. 위기에 몰렸던 7회 서재응은 이날 최고 구속인 91마일 찍을 정도로 강한 스태미너를 과시했다. 투구수도 90개에 못미쳐 완투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시켰지만 물거품이 됐다. 여기에는 수비진의 보이지 않는 실책도 한 몫 했다. 특히 득점권에서 안타를 허용할 때마다 탬파베이 내외야진은 엉성한 중계플레이로 선발투수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서재응은 개의치 않았다. "젊은 선수들이 많다 보니 아직 플레이가 무르익지 않은 게 사실이다. 경험이 일천하니 실수도 하는 것 아니겠는가. 다 그러면서 성장해 간다. 나도 가끔씩 성숙하지 않은 플레이를 할 때가 있는데 어떻게 수비수를 탓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제 경기는 투수인 내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수월했던 경기였다. 타자들이 때마다 점수를 내줘 참 고마웠다"고 동료들을 치켜세우는 것도 잊지 않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