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에서는 재미없는 야구라고 비난도 하지만 그만의 ‘노하우’가 분명 있다. 번트는 그 일부일 뿐 핵심은 수비를 강조하는 ‘수비야구’다. LG 트윈스가 빠른 속도로 ‘김재박화’하고 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부임한 김재박 감독과 새로운 코칭스태프의 지휘 아래 LG 야구가 ‘수비형’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김재박 감독-정진호 수석코치의 지론은 ‘수비야구의 승리’다. 수비력이 뛰어난 명유격수 출신인 둘은 현대 시절부터 ‘수비가 강해야 승리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선수들을 단련시키는 지도자로 정평이 나 있다. 탄탄한 ‘수비야구’로 현대 시절 한국시리즈 4회 우승의 위업을 일군 김 감독은 “야구는 확률 게임이다. 공격은 잘해야 3할 승률이라면 수비는 7할 승률이다. 내외야 수비가 탄탄해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다. 투수력도 수비력의 한 부분”이라며 공격력보다도 수비력을 강조한다. 김 감독은 LG 감독에 부임한 후 수비력 향상을 위해 힘을 쏟았다. 특히 부실한 내야진을 탄탄하게 만들기 위해 정진호 수석코치 겸 수비코치와 함께 역량을 총동원했다. 확실한 주전감이 없어 고민이던 3루수에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김상현을 후보로 점찍고 단련을 시킨 게 대표적이다. 김상현은 동계훈련 내내 정진호 코치와 붙어지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틈만 나면 정 코치의 펑고를 받느라 죽을 힘을 다했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때 정 코치의 계속된 펑고에 지친 김상현은 훈련 중 음식물을 토할 정도로 수비 훈련에 땀을 흘렸다. 그 결과가 서서히 효과를 보고 있다. 김상현은 공수를 겸비한 3루수로 거듭나고 있는 등 전체 수비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시범경기 때까지만 해도 어수선하던 수비진이 정규 시즌에 들어서는 안정화되고 있다. LG는 16일 현재 팀실책수가 5개로 한화 현대(이상 4개) 다음으로 적다. LG는 실책을 최소화하면서 상대 실책을 파고든 끝에 5승 3패로 단독 3위를 마크하고 있다. 투타 전력에서 3강(삼성, 한화, SK)에 비해 처진다는 LG가 예상 밖으로 시즌 초반 선전하고 있는 한 요인이 결국 ‘강화된 수비력’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시범경기 때와 완전히 달라진 것 같다’는 물음에 “그때는 작전도 안 걸고 일부러 그냥 놔둬봤다. 이전 LG 야구를 하라고 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야구’를 하고 선수들이 잘 따라오고 있다”며 빙그레 웃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차이점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시범경기 때까지는 이전 야구를 하도록 방치한 것이다. 결과는 시범경기 최하위였다. 하지만 정규시즌서는 겨우내 갈고 닦은 수비력을 바탕으로 상대의 허술한 틈을 파고들며 승리를 따내고 있는 것이다. 스프링캠프서 공격 훈련 중 3분의1 정도를 할애한 번트 공격력도 중요한 순간에 빛을 발한다. 물론 전반적인 공격력도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됐다. 김 감독과 함께 친정 LG로 복귀한 김용달 타격코치가 밤낮으로 선수들과 씨름한 결과 톱타자 이대형이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는 등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LG 타자들이 공수에서‘김재박 야구’에 적응기를 거쳐 ‘숙련기’에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재박화’하는 LG 야구가 올 시즌 꽃을 피울 것인지 지켜볼 만하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