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대로 됐어". "선발투수가 오래 던져주는 것이 관건이야". "내 잘못이야".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의 인터뷰를 쭉 들어보면 자주 나오는 고정 레퍼토리다. "의도대로 됐어"는 주로 투수전을 펼친 뒤에 나온다. '야구의 신(神)'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선발이 예상대로 던져줬고, 투수 교체 타이밍도 적절했다는 자평을 담고 있다. 1안타 치고도 승리한 지난 17일 KIA전 후에도 김 감독은 이 말을 했다. 실제로 선발 케니 레이번의 구위가 이전 삼성전에 비해 떨어졌지만 김 감독은 6⅔이닝(투구수 122구)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7회 투아웃 이후 이현곤에게 2루타를 맞자 서슴없이 좌완 정우람을 올려 좌타자 장성호-서튼을 막게 했다. 그리고 8회 원아웃부터 바로 마무리 정대현을 투입, 1-0 승리를 지키는 기계적 마운드 운용을 보여줬다. 반면 레이번-로마노 이외의 투수가 선발 등판하기 전날 김 감독은 꼭 "선발이 오래 던져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다. SK의 최대 고민인 3~5선발의 약세를 토로하는 심정이 배어 있다. 그리고 SK가 패하거나 다 이긴 경기를 힘들게 갔을 때는 "내 잘못"이라고 자책한다. 선수가 실수를 저질렀어도 열심히만 했다면 그를 기용한 감독에게 궁극적 책임이 있다는 논리다. 깐깐한 완벽주의자여도 선수들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비결이다. 이 3가지 레퍼토리를 뒤집어 해석하면 좋든 나쁘든 SK가 김성근의 판단 역량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팀이라는 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작 김 감독은 SK 선수들에게 얼마나 만족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김 감독의 대답은 "(단지 1위여서가 아니라) 야구를 즐기고 있어 흐뭇하다"였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