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저기서 꼬이는 것 같다. 게임이 잘 안풀리고 있다". 김시진 현대 감독이 지난 18일 두산전서 3-4로 역전패를 당한 후 밝힌 이야기다. 최근 5연패 및 개막전부터 홈 7연패를 당한 뒤의 한탄이었다. 현대 전력은 지난해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할 때와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하지만 올 시즌 경기에서는 활기가 없다. 그 결과 10게임에서 고작 2승을 거둔 게 전부이다. 매경기 보이지 않는 실수 등 실책이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고 투수진이 잘던지면 타자들의 공격이 안풀리고, 타자들이 잘치면 투수진이 불을 지르는 형국이다. 김시진 감독이 선발 라인업 변경, 수비수 교체 등 여러가지 대책을 세웠지만 백약이 무효이다. 왜 그럴까. 전력이 타팀에 비해 떨어지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겠지만 그것만 갖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지난 1월부터 불거진 구단 매각 사태가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아마도 지금보다는 더 나은 성적을 내고 있을 것이다. 김시진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은 "구단 매각문제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훈련과 경기에 충실할 뿐"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머리속이 복잡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겉으로는 신경쓰지 않고, 신경쓰고 싶지 않다고 밝히고 있지만 머리속은 혼란스럽다. 선수들도 인간이기에 구단의 미래, 곧 자신의 미래에 대해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러니 경기 중에 집중력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또 선수단에 활기가 없고 모두가 우울한 얼굴들이다. 현대 선수단에서는 요즘 웃는 얼굴의 선수를 보기가 힘들다. 모두들 아무 생각없이 훈련하고 경기에 집중한다고 하지만 매각 사태가 3개월 여를 끌면서 표정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잊혀질 만하면 구단 매각 및 급여지급 여부 등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선수단의 신경을 흐트러뜨리니 피곤한 것이 당연하다. 현대 선수단 모두 겉으로 밝히지는 못할 뿐 구단 매각 사태가 하루빨리 결론이 나기를 고대하고 있다. 그래야 경기에만 정말 집중하며 부진의 늪에서 탈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달 월급 걱정하면서 어떻게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겠는가. 8개구단의 균형된 전력으로 프로야구에 재미를 더하려면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제는 확실한 올 시즌 현대 문제에 대한 대책을 밝힐 필요가 있다. 현대가 지금처럼 무기력하게 무너져내리면 프로야구의 흥행은 요원한 일이 된다. 현대 사태가 하루빨리 정리돼 선수들이 마음놓고 정말 경기에만 전념하며 활기찬 플레이를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s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