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야 산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도루왕국'의 명성을 드높였던 KIA의 발이 묶여 있다. 전통적으로 활발하게 다이아몬드를 누비는 기동력의 야구를 펼쳐왔지만 올해는 거의 뛰지 못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득점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개막 초반 프로야구의 새로운 조류는 SK가 이끄는 '주루혁명'으로 압축할 수 있다. 무조건 전력질주하고, 악착같이 한 걸음 더 뛰고, 한 베이스 더 진루하고, 틈만 나면 도루를 시도하는 SK의 '뛰는 야구'는 팀을 1위에 올려놓을 정도로 강렬한 빛을 과시하고 있다. KIA는 전통적으로 뛰는 야구를 구사했던 팀이다. 출범 82년부터 2006시즌까지 통산 팀도루는 8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3000개(3101개)를 넘었다. 김일권 이순철 이종범 김종국 이용규 등 도루왕들을 다수 배출했다. 그러나 올 들어 KIA의 도루는 4개. 김원섭 이종범 이용규 장성호가 각각 1개씩 성공했다. 도루실패는 2개. 불과 6차례 도루를 시도했다는 말이다. 이에 비해 SK는 32번 도루를 시도해 24번 성공했다. 뛰는 야구의 최대 장점은 안타 없이 득점이 가능하고 상대를 압박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 된다는 점이다. 배터리의 볼배합이 달라지고 실책을 유발할 수 있다. 상대 수비진을 교란할 수도 있다. 야구 자체가 활발해진다. 현재 KIA에서 도루 능력이 있는 선수는 이종범 김종국 이용규 김원섭 정도로 꼽힌다. 서정환 감독은 이들에게 활발하게 뛰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 투수들의 퀵모션이 좋아지고 있어 타이밍을 못잡고 있다. 외부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이유도 있다. 30대가 훌쩍 넘은 이종범과 김종국은 순발력과 순간 스타트 능력이 떨어지면서 도루를 주저할 수 밖에 없다. 이용규는 발목부상 후유증, 백업요원 김원섭은 뛸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적다. 결과적으로 KIA는 히트앤드런이나 타자들의 연타에 기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작전은 노출되면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아울러 상대 투수들의 위력이 나아져 집중타도 원할하지 않다. 아무래도 도루능력을 갖춘 4인방이 활발히 뛰어야 KIA다운 야구를 펼칠 수 있을 듯하다. sunny@osen.co.kr 지난 시즌 LG전서 이종범이 도루에 성공하는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