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멜로의 종말을 고하는 것일까. 그 동안 무주공산으로 여겨지던 SBS TV 금요드라마가 크게 휘청거리고 있다. 윤손하 유오성 김서형 이형철 주연의 SBS 금요드라마 ‘연인이여’(한준영 극본, 강신효 연출)는 4월 20일 7, 8회가 방송됐는데 지금까지 다져온 금요드라마의 입지가 무색할 정도로 충격적인 시청률을 얻었다. 시청률 조사회사인 TNS미디어코리아는 7, 8회의 시청률을 각각 7.8%, 9.4%로 집계했다. 금요드라마가 2회연속 편성하는 특화된 멜로드라마 시간대로 시청자들에게 인식이 박힌 이후 가장 저조한 시청률이다. 대개의 경우 1부는 KBS MBC의 메인뉴스와 경쟁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을 보이다가도 2부는 15%내외의 시청률을 보이는 것이 상례였다. 특별히 경쟁 프로그램이 없는 2부조차도 한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가 8.1%와 12.6%로 집계하긴 했지만 TNS집계가 워낙 충격적이라 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두 부부의 엇갈린 사랑을 소재로 하고 있는 ‘연인이여’는 사실 겉 모습은 불륜으로 표출되고 있지만 내면은 순수 멜로에 가깝다. 배우자에게서 상처받은 윤손하와 유오성이 마음으로 쌓아가고 있는 사랑은 사춘기적 때묻지 않은 그것 만큼이나 순수하다. 그리고 금요드라마는 전통적으로 30~50대 주부시청자들이 거의 채널을 고정시켜 놓고 즐겨보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들조차도 ‘연인이여’를 멀리한다는 것은 순수 멜로 드라마의 종말을 고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더욱 민감해진다. 한국과 미국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던져준 조승희 총격사건도 ‘연인이여’ 시청률 하락에 한 몫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1부 시간대에 시청자들의 눈길이 온통 뉴스에 쏠려 있었을 것이고 뉴스에서 충격을 받은 시청자는 좀처럼 순수 멜로에 빠져 들 수 없는 심리 상태가 되어 있을 수 있다. 2부 시간에 방송되는 KBS 2TV ‘VJ 특공대’가 16.3%로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이런 심리를 반영한다. ‘VJ 특공대’는 현실 생활 속에서 재미를 찾는 프로그램의 대표격이기 때문이다. ‘연인이여’의 시청률 추락이 금요드라마의 몰락으로 이어진다면 드라마 기획자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질 수밖에 없다. 탄탄히 다져온 시장이 왜 맥없이 허물어졌는지 그 원인을 신중하게 따져보고 순수멜로를 주창한 ‘사랑에 미치다’ ‘푸른 물고기’ 등이 왜 고전했고 또 고전하고 있는지도 같은 맥락에서 고민할 때다. 100c@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