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트로피카나필드(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그가 나타나자 야유와 환호가 동시에 터졌다. 뉴욕 양키스팬이 유독 많기로 유명한 탬파베이 지역에 그가 나타난다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사건이었다. 더구나 마쓰이 히데키가 이날 부상자명단(DL)에서 복귀했고 양키스 선발은 이가와 게이였다. 트로피카나 필드에는 각국 기자들이 넘쳐났다. 마쓰이와 이와무리 아키노리(탬파베이)을 전담 취재하는 일본 취재진 30여 명이 한꺼번에 몰린 데다 다음 날 선발로 예고된 왕젠밍 취재차 미국을 방문한 5명의 대만 기자들까지. 평소 한산하기만 하던 트로피카나 필드 기자실에 빈 좌석은 없었다. 그러나 경기가 끝난 뒤 스타는 그뿐이었다. 홈런 2개를 몰아치며 단숨에 14호를 기록, 메이저리그 4월 최다홈런 타이을 기록한 로드리게스는 그가 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스타인지를 온몸으로 입증했다. 경기 전 배팅연습 때부터 그는 시선을 집중시켰다. 날카로운 타구가 담장을 넘어갈 때마다 각국 취재진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경기가 시작되고 2회초 그가 첫 타석에 등장하자 장내가 술렁거렸다. 1루쪽 홈팬들은 일제히 야유를, 3루쪽 양키스팬들은 환호를 보냈다. 탬파베이 선발 케이시 포섬으로부터 좌월 선제 솔로포를 터뜨리자 경기장은 더욱 시끄러워졌다. 2-4로 뒤진 4회 좌전안타를 쳐낸 그는 후속 제이슨 지암비의 중전안타 때 과감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3루까지 진출했고 마쓰이 히데키가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날리자 유유히 홈을 밟았다. 6회 역시 좌전안타를 친 뒤 득점에 성공한 그는 6-7로 뒤진 7회 헛스윙삼진으로 물러나 홈팬들을 기쁘게 했지만 마지막 한 방을 아껴두고 있었다. 6-10으로 승부가 기운 9회. 1사 뒤 바비 아브레우가 볼넷으로 걸어나가자 5번째 타석에 들어선 로드리게스는 상대 마무리 알 레예스를 통타해 또 다시 좌월 아치를 그려냈다. 경기는 탬파베이가 승리했지만 로드리게스는 양팀 팬들의 뇌리에 잊을 수 없는 인상을 심어줬다. 뉴요커들의 수많은 비난과 야유를 뒤로 하고 양키스에서 반드시 우승 반지를 끼겠다며 자신을 채찍질한 그다. 평소 '자기만 아는 인간미 없는 선수'라는 뒷말이 따라다니지만 그의 실력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은 없다. 포스트시즌서 부진하다며 '저격수'를 자청하던 의 칼럼니스트 조엘 셔먼조차 지난 일요일판에 그가 왜 잘 하는지 분석하는 특집기사를 써야만 했다. 시즌 14호로 메이저리그 4월 최다홈런 타이. 아메리칸리그에선 1997년 켄 그리피 주니어(당시 시애틀)의 기록(13개)를 10년 만에 경신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전체를 통틀어 홈런 부분 단독 선두다. 언젠가는 현재 기세가 수그러들겠지만 '양키스에서의 마지막 시즌일 것'이라는 주위의 수근거림을 그는 장쾌한 홈런포를 앞세워 잠재우고 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