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앞에 장사 없는가. 2007 프로야구가 예상대로 개막과 함께 연일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가운데 눈에 띄는 현상이 있다. 재기를 노린 노장선수들이 나란히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주전에서 탈락하거나 2군으로 내려가고 있다. 은퇴의 길로 내몰리는 게 아닌가 싶다. LG 마해영(37)은 결국 지난 24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조건부 방출의 수모를 딛고 신임 김재박 감독의 배려로 재기를 약속했으나 그의 배팅은 전성기 시절의 스윙이 아니었다. 겨우 2안타만 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2군행이다. KIA 이종범(37)은 '야구천재'의 위용을 잃어버렸다. 스프링캠프에서 부활 조짐을 보였지만 개막 이후 힘겨운 행보를 하고 있다. 타율 1할7푼(53타수9안타), 1도루에 불과하다. 배팅 스피드, 도루 능력이 완연히 떨어졌다. 이제는 김원섭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형국이다. '최강 현대'의 상징이었던 우완 정민태(37)도 마찬가지. 올해는 기필코 재기를 하겠다고 의욕을 보이고 강훈에 매달렸다. 그러나 3경기에 등판 5⅓이닝 13실점(12자책), 평균자책점 20.25의 부진한 성적표를 내고 2군행을 자청했다. 두산 내야수 장원진(38)은 단 1타석 출전에 그쳤다. 1루는 안경현이 맡고 있다. 1군에서 후배들의 훈련을 독려하며 사실상 코치수업을 받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한화 외야수 조원우(36)도 타율 6푼9리(29타수2안타)의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이제 선발 라인업에서 그의 이름을 보기가 어려워졌다. 한화 소방수 구대성(38)은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왼 무릎 부상을 일으켜 지금껏 복귀 못하고 있다. 개막전에 등판했지만 통증이 재발돼 다시 재활군으로 돌아갔다.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보여 활약을 기대받고 있다. 하지만 피칭 도중 부상을 당한 그 역시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나마 현대 전준호(38)와 삼성 양준혁(38)이 고참들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전준호는 3할5푼7리(56타수20안타)로 여전히 팀 공격을 이끄는 핵심타자로 활약하고 있다. 양준혁은 초반 극심한 부진에 빠졌지만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타율은 2할4리에 불과하지만 4홈런과 9타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보탬을 주고 있다. sunny@osen.co.kr 마해영-이종범-정민태-장원진-구대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