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EFA 챔피언스리그와 UEFA컵의 묘미는 '원정골 우선 원칙'이다. 토너먼트에서 홈앤드어웨이 경기를 벌인 후 승패, 골득실차가 같을 때 원정 경기에서 더 많은 골을 넣은 팀의 손을 들어주는 원칙이다. 지난 2월과 3월 벌어졌던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발렌시아가 8강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원정골 우선 원칙 때문이었다. 이같은 원정골 우선 원칙으로 인해 각 팀들은 2차전에서 서로에게 맞는 팀운용과 전술을 준비한다. 예를 들어 1차전에서 승리했지만 상대에게 많은 골을 허용한 팀은 2차전 승리도 좋지만 무승부도 괜찮다는 생각으로 팀을 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습은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25일(이하 한국시간) 새벽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벌어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AC 밀란의 4강 1차전에서 나온 AC 밀란의 2골은 의미가 크다. 승리한 맨유로서는 앞서나가기는 했지만 원정 2차전에서 부담감을 안고 싸울 수 밖에 없다. 만에 하나 이 경기에서 AC 밀란이 1-0, 혹은 2-1로 승리할 경우 결승 진출 자격은 AC 밀란이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카카의 2골이 AC 밀란에게는 희망의 증거가 되는 것이다. 비록 원정에서 패배하기는 했지만 2골을 미리 저축함으로 2차전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진 것이다. 이같은 모습은 양 팀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잘 드러난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앞서 있다. 상대도 이런 상황을 알고 있다" 면서 2골을 허용하기는 했지만 먼저 1승을 한 것에 대해 강조하고 나섰다. 카를로 안첼로티 AC 밀란 감독은 유로스포트와의 인터뷰에서 "초반 경기를 지배한 것은 우리였다" 며 2골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과연 카카가 기록한 2골이 어느 팀에게 더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지 그 여부는 다음달 3일 새벽 스타디오 산시로에서 알 수 있을 것이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