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개그맨 입담에 '입을 다물다'
OSEN 기자
발행 2007.04.27 11: 47

지상파 오락프로에서 정통 아나운서 출신들의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다. 쉴 틈없이 떠들고 웃겨대는 개그맨 출신들의 활약에 계속 밀리는 탓이다. KBS '상상플러스'의 백승주 아나운서도 당초 기대와 달리 게스트들의 화려한 입담 공세에 '얼음공주' 아닌 '침묵왕비'로 밀리다가 프로를 떠났다. 이휘재 탁재훈 정형돈 등의 고정 게스트에다 이영자까지 가세한 24일 고별 방송분에서는 초반 20여분 가까이 거의 입을 열지 못했다. 오락프로에서 죽기 아니면 살기 식의 생존 본능을 갖고 덤비는 개그맨 등에게 밀려나는 아나운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셈이다. 오락프로는 기본적으로 시청자를 웃기고 즐겁게 하는 컨셉트가 생명이다. 결국 재치있는 입담과 과장된 액션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게 직업인 개그맨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유리한 프로다. 처음에는 게스트로 활동하던 개그맨 가운데 상당수가 어엿히 메인 MC로 성장하게 되는 바탕도 여기에 있다. 개그맨 출신, 오락프로서 초강세 최근 아나운서 출신으로 오락프로에서 성공한 케이스는 노현정 김성주 강수정 아나 등을 들수 있다. 이 가운데 노현정 아나는 결혼과 함께 현업을 떠났고 김성주와 강수정은 프리랜서 선언 이후 주춤한 상태. 특히 오락프로 MC로 업계와 시청자들의 인정을 받았던 김성주 마저 프리 선언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아나운서가 오락프로 MC로 활동하기는 정말 힘들다. "고 고백, 오락프로에서 개그맨들의 아성이 얼마나 굳건한 지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강수정은 요즘 교양프로 MC나 오락프로 게스트로 활동하던 때와 막상 오락프로 메인 MC로 나섰을 때의 차이를 온 몸으로 체험하고 있다. 프리 선언후 KBS에서 진행하던 프로를 하나 둘 떠나기 시작했던 그녀는 앞으로 오락프로 MC로의 특화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않아 '쾌남시대' '야심만만' 등의 진행에서 주도적 입장을 잡기보다는 장식용 인형처럼 서있는 모습이 자주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지적됐다. 아나운서가 인형이라고? 재기발랄한 3인 MC의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지상파 방송들이 새로 투입한 신예 아나운서 역시 제 자리를 잡는데 애를 먹고 있다. MBC' 경제야 놀자' MC를 맡은 오상진 아나는 김용만 조형기의 막강한 선배 진행자들 틈에 끼어 '다음에는 OO순서입니다' 멘트를 날리는 정도로 그 활동 범위가 줄어들었다. 럭비공처럼 갈 곳 모르게 튀어오르는 김영만 조형기의 말 말 말 속에서 약방의 감초마냥 조율 역할을 했던 전임자 김성주와 차별되는 모습이다. 대다수 지상파 오락프로를 보면 이같은 현상은 비일비재하다. 그나마 정통 교양프로에서는 아나운서들이 차분하고 믿음가는 진행으로 계속 주도권을 잡고 있지만 오락프로 MC와 게스트의 경우 개그맨 출신과 일부 끼있는 중견 연기자들이 주도하는 추세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mcgwir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