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습의 첫 포문을 여는 영화 ‘스파이더맨3’이 국내 언론에 공개됐다. 기대가 컸던 영화, 역시 실망은 주지않았다. 일본에서의 전세계 첫 월드프리미어에 이어 국내 시사회를 가진 ‘스파이더맨3’를 보고 난 감상은 '전편에 못지않다'는 것이다. '전편만한 속편이 없다'는 영화계 속설을 피해가기에 충분한 블록버스터 시리즈다웠다. 과거 스파이더맨이 한명의 적만 집중적으로 상대했다면 3편에서는 그 숫자가 3으로 늘어난다. 친아버지나 다름없던 삼촌을 죽인(1편) 범인으로 지목된 ‘샌드맨’,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데 원한을 품고 절친한 친구에서 원수로 돌변한 ‘고블린 주니어’, 그리고 외계 생명체의 힘을 빌린 ‘베놈’ 등 슈퍼 악당 3명이 동시에 스파이더맨의 생명을 위협한다. 뿐만 아니라 피터 파커는 메리 제인 왓슨에게 청혼하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삼각관계에 휘말리는 등 말 그대로 사면초가다. 다시 말해 ‘스파이더맨3’은 전작에 비해 훨씬 탄탄한 스토리 구조로 국내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스파이더맨’시리즈의 가장 큰 장점인 초대형 스케일과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은 전편에 비해 크게 향상됐다는 느낌을 갖기 힘들다. 기술적으로 어떤 발전이 있는 것인지를 관객들에게 쉽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슈퍼 히어로 주인공의 블록버스터 팬들 입장에서는 '천문학적 숫자인 3억 달러의 제작비는 과연 어디에 쓰인 것일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그래픽 향상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국내 관객의 입장에서 약간 거북할 수 있는 미국 찬양의 장면들도 포함돼 있다. 베놈과 샌드맨을 처치하기 위해 달려가는 스파이더맨의 뒤로 성조기가 화면 가득 펄럭이는 것 등이다. '역시 스파이더맨은 미국 영웅’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한다. 모든 일은 미국이 해결한다는 미국의 이데올로기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저 구원자처럼 여겼던 영웅이 한 국가를 상징하는 영웅으로 둔갑하는 순간이었다. 탄탄한 스토리 구조로 속편의 한계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미국적이고 제작비에 대한 의심이 가는 ‘스파이더맨3’이 과연 국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을지 어쩔지, 궁금할 따름이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