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야수 최경환(35)은 ‘허슬 플레이’를 잘하는 선수로 정평이 나 있다. 두산 시절부터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타격한 후 항상 전력질주하는 모습, 과감한 주루 플레이, 다이빙도 마다하지 않는 외야 수비 등 미국야구에서 경험한 바를 그대로 실천하며 팀에 활력을 불어넣는 한편 팬들을 즐겁게 한다. 또 롯데의 ‘황태자’였던 윤학길(46) 상무 코치가 현역시절 보여줬던 철완도 팬들의 기억에 생생한 ‘투수 허슬플레이’였다. 윤 코치는 현역 때 100완투를 기록하며 강철 어깨와 구위를 자랑했다. ‘투수 분업화’란 미명 아래 완투 완봉승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재와 비교하면 윤 코치의 100완투는 ‘투수 허슬플레이’의 표본이다. 근년 들어서 한국 프로야구에는 투수와 야수들의 ‘허슬 플레이’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 프로야구의 흥미도 떨어지고 있다. 투수나 야수 모두가 너무 몸을 사리는 경향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로 인해 경기 시간이 길어지는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역 시절 최고투수 출신인 정명원(41) 현대 투수코치는 “요즘 투수들은 너무 몸을 사린다. 선발 투수가 5, 6회 승리투수 요건만 채우면 마운드를 데려올 생각부터 하는 것 같다. 조금만 아파도 공을 던지기 싫어한다. 아무리 몸이 재산인 프로선수들이라지만 선발 투수는 7이닝 정도를 소화해줘야 한다. 그래야 투수 교체가 적어지고 경기 시간도 단축된다”며 최근 선발투수들이 짧게 던지는 것을 아쉬워했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외야수들의 다이빙 캐치를 점점 보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내야수들도 마찬가지다. 또 중요한 상황서 몸에 맞는 볼을 맞을 경우 아픈 내색 없이 달려나가는 선수도 별로 없다”면서 “프로야구 전성기인 1990년대 중반 허슬 플레이의 대명사였던 롯데 공필성과 박정태(이상 현 롯데코치)의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가 그립다”며 최근 경향을 꼬집었다. 프로야구 전문가들은 ‘허슬 플레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FA(프리에이전트) 제도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들고 있다. 몸이 재산인 선수들이 오랫동안 선수생활을 영위하고 ‘FA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 부상 위험이 있는 ‘허슬 플레이’를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런 것은 한국야구의 장래를 좀 먹는 행위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팬들은 박진감 넘치는 야구, 특급 선발투수들의 완투 완봉 등을 보고 싶어 한다. 느슨한 플레이로 질질 늘어지는 경기는 팬들의 외면을 산다. 그럼 결국 손해는 누가 보겠는가. 팬이 흥미를 잃고 떠나면 결국 선수들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인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들이 살아남기 위해 허슬 플레이를 펼치고 팬들은 박수를 보낸다”면서 선수들의 각성을 촉구했다. 롯데 팬들이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으면 팬들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격문이 새겨진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하는 것처럼 모든 프로야구 선수들이 팬들과 함께 즐거운 야구를 하기 위해 열심히 뛰어야할 시점이다. 물론 부상없이 오랜동안 선수생활을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이지만 ‘FA 대박’만을 염두에 둔 듯한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 플레이는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다. 한국야구의 중흥을 위해 선수들이 질높은 플레이를 팬들에게 선물할 시점이다. sun@osen.co.kr 최경환의 두산 시절 수비 장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