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마운드에 선 그를 보면 슈퍼 루키의 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의 그를 보면 산전수전 다 겪으며 쌓은 그만의 노련함을 엿볼 수 있다. 지난 1992년 부산고 졸업 후 고향팀인 롯데 유니폼을 입은 염종석(34)이 올 시즌 노련함을 앞세워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염종석은 지난 2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해 6⅔이닝 2피안타 3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3승을 올렸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3km에 불과했으나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상대 타선을 요리했다. 올 시즌 4차례 선발 등판한 염종석은 3승 무패(27⅔이닝 20피안타 5볼넷 17탈삼진 3자책점)에 방어율 0.98로 짠물 피칭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U턴파' 최향남과 '포크볼의 대명사' 이상목의 부진으로 롯데는 선발 마운드 운영에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손민한과 함께 염종석의 눈부신 활약으로 한 시름 덜게 될 듯. 신인 첫 해 17승 9패에 방어율 2.33을 올리며 신인왕과 함께 팀 우승을 맛본 염종석은 지난 1994년부터 혹사 후유증으로 인해 단 한번도 한 시즌 두자릿수 승수를 달성하지 못했다. 수 차례 팔꿈치와 어깨 수술로 재활에 매달려온 염종석은 팬들에겐 '한 물 간 투수'로 버림받았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명예 회복을 위한 칼을 갈아 현재로서는 좋은 투구를 선보이며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올 시즌 자신감 회복이 부활의 큰 원동력이 되었다는 게 염종석의 설명. 염종석은 "사이판 투수 전지훈련때 심리상담사 초청 강연이 있었다. 특별히 나는 다른 선수들보다 시간을 할애해서 개별 상담을 서너 번 받았다. 거기서 자신감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염종석은 기술적인 성공 비결도 밝혔다. "올해는 타자들과의 타이밍 싸움에서 앞서고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이도 있고 지금껏 기복이 있었기에 올해는 현재의 추세를 계속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투구패턴에서 불필요한 동작을 많이 줄여 타이밍이 빨라진 것이 좋은 성적의 비결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