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줄 알면서도 쓸 수 밖에 없는 감독의 심정은 어떨까. 올 시즌 두산의 투타 '블랙홀'은 김명제와 최준석이다. 제3선발과 5번타자가 뚫리면서 번번이 고비를 못 넘고 있다. 김명제는 4차례 선발로 나와 승리없이 2패에 평균자책점 6.63(19이닝 14자책점)이다. 5이닝 이상 던진 경우는 딱 한 번뿐이다. 그가 5이닝을 못 버티고 물러난 나머지 3경기에서 두산은 전패다. 지난 1일 SK전서도 3이닝(2피홈런 3실점)만에 강판돼 팀의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김 감독은 지난주 김명제에 대해 "이제 3년차인데 알아서 해줬으면 좋겠다"라는 말로 에둘러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선발로 계속 쓴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김명제는 시즌 시작을 불펜에서 했다. 선발 순서도 좌완 금민철 다음인 4번째였다. 즉, 반신반의 상태에서 대안이 없기에 선발로 나온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이런 선수로 타자 쪽에서는 4번 김동주 6번 홍성흔 사이에 들어오는 지명타자 최준석을 꼽을 수 있다. 두산이 3-4까지 맹추격전을 벌이던 5회 투아웃 2,3루에서 최준석은 스탠딩 삼진아웃됐다. 이어 두산은 5회말 1실점, 흐름을 잃었다. 이에 앞서 1일 SK전서도 그 앞에 1회 2사 1,2루 3회 1사 만루 등 결정적 찬스가 돌아왔으나 기대를 저버렸다. 반면 그가 터진 주말 롯데전은 2승 1패로 우세할 수 있었다. 결국 지금의 두산 성적(8승 14패)은 김동주 '반사 효과'를 그다지 누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두산의 가장 뼈아픈 점은 김명제-최준석의 부진 그 자체가 아니다. 이들이 실망스러워도 마땅한 대체재가 없다는 점이야말로 아프다. 정말로 올 시즌 두산에는 '선수'가 없다. sgoi@osen.co.kr 김경문 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