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 달군 '김의 전쟁'은 '닮은꼴' 대결
OSEN 기자
발행 2007.05.03 09: 24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인가. 잠실벌에서 처음 만난 현대 전현 사령탑간의 대결이 불꽃을 튀기고 있다. 엊그제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사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접전을 벌이고 있다. 양팀 감독은 1회부터 득점 찬스가 오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보내기번트를 주저없이 대며 기선 제압에 열을 올린다. 첫 날인 지난 1일 경기에서 3회초 현대가 선두타자 김동수가 출루하자 곧바로 다음 타자 지석훈이 보내기번트를 대자 3회말 LG가 역시 선두타자 권용관이 안타로 나간 뒤 후속 이대형이 투수 앞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찬스를 만들었다. 현대는 후속타 불발로 무득점에 그친 반면 LG는 적시타 등으로 2점을 뽑았다. 이후에도 양 팀은 한 번씩 더 번트 공격을 폈다. 결국 8회 7점을 대거 뽑은 현대가 역전승(8-3). 두 번째 대결인 2일 경기서도 양 팀 감독은 변함없는 ‘기싸움’을 벌였다. 1회부터 나란히 보내기 번트를 감행하며 선취점 전쟁을 벌였다. 그래도 초반 찬스에서 3번의 번트 공격을 성공한 LG가 6-2로 승리하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다. 두 김 감독은 번트 공격뿐만 아니라 투수 교체에서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불펜진을 가차없이 가동하며 승기를 잡기 위해 팽팽한 두뇌싸움을 벌였다. 김재박 감독이야 현대 시절부터 작전야구를 앞세운 번트 공격을 선호하는 스타일이었지만 김시진 감독은 의외다. 명 투수코치 출신인 김시진 감독은 작전보다는 투수 운용 능력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예상했지만 ‘짜내기 전법’으로 승리를 갈구하고 있다. 특히 전임 김재박 감독과 맞서서는 지지 않겠다는 열의를 보이며 닮은꼴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김시진 감독은 2일 경기 패배 후 “1회 2점을 뽑은 후 1사 만루 추가 득점 찬스에서 스퀴즈번트를 대지 못한 게 패인이다. 내 탓”이라고 자책까지 했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양 팀의 지나 친 번트 공격이 식상하다며 씁쓰레하기도 하지만 승리에 목마른 두 감독으로선 주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초보 감독인 김시진 감독은 “코치 시절에는 마운드 운용에만 신경썼지만 이제는 오늘 승부에 전념해야 한다. 내일은 내일이고 오늘 이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더라”며 김재박 감독의 심정을 이해했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간 감독과 코치로 한솥밥을 먹은 두 김 감독이 3일 대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sun@osen.co.kr 김재박-김시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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