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노모의 길인가, 사사키의 길인가'
OSEN 기자
발행 2007.05.04 11: 43

[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박찬호(34.뉴욕 메츠)가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섰다. 4일(한국시간) 메츠로부터 '방출대기' 통보를 받은 박찬호는 이제 두 갈래 길을 놓고 선택을 앞두고 있다. 타 구단과의 트레이드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미국무대 잔류와 국내 복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첫 번째는 박찬호보다 1년 늦은 1995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노모 히데오가 걸은 길이다. '노모 매니아'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초창기 선풍을 일으켰던 노모는 1999년을 기점으로 구위가 급속이 하락했다. LA 다저스를 거쳐 뉴욕 메츠, 밀워키 브루어스, 시카고 컵스에서 몸담았지만 족족 소속팀으로부터 버림받았다. 그러나 노모는 좌절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서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 이어 2001년 보스턴에서 13승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했고 이듬해 친정팀 다저스에 금의환향, 수많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2005년 탬파베이를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사라졌지만 그가 야구를 완전히 그만뒀다는 얘기는 아직까지 없다. 반면 일본 프로야구 최고 소방수로 군림했던 사사키 가즈히로는 경우가 약간 다르다. 일본 프로야구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갖고 있는 사사키는 2000년 시애틀로 이적해 4년간 129세이브를 올리며 명성을 떨쳤지만 2004년 일본으로 유턴한 뒤 유니폼을 벗었다. 사사키가 일본으로 되돌아간 배경에는 '가족 문제'가 큰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의 구위가 더이상 메이저리그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박찬호는 평소 "고향팀 한화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각종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후회없이 뛴 다음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 기여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해 왔다. 한국 복귀를 고려한다면 나이나 국내 분위기 등 제반 여건을 감안할 때 지금이 적기일 수 있다. 스타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야구에 박찬호라는 '거물'이 합류한다면 그 자체로 큰 사건이자 야구붐 회생에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박찬호는 지난 겨울 베벌리힐스의 에이전시 사무실에서 메츠 입단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내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면서 한국야구와 문화를 좀 더 알린다면 그 자체가 가치 있는 일일 것"이라고 답했다. 당시 언급이 유효하다면 박찬호는 노모의 길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메츠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현재 심경에 변화가 있다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찬호는 과연 노모의 길을 따를 것인지, 그렇지 않다면 사사키의 선택을 답습할 것인지는 시간이 답을 줄 것으로 보인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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