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드라마 ‘고맙습니다’가 시청자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막을 내렸다. 자극적인 소재, 선정적인 장면이 없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증명한 ‘고맙습니다’는 종영하는 순간까지 악역, 가식, 안티 없는 드라마로 기록을 남기게 됐다. 첫째, 악역이 없다 어느 드라마든 악역은 존재한다. 특히 극중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캐릭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 작품이 수도 없이 많았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주인공을 괴롭히고 헐뜯고 경쟁하는 구도가 이제는 드라마의 일반적인 양상으로 비춰질 정도. 하지만 ‘고맙습니다’에는 그 누구하나 악역이라고 꼬집을만한 인물이 없다. 성공을 위해 첫사랑 영신(공효진)과 자신의 아이 봄(서신애)이를 외면했던 석현(신성록), 이들에게 누구보다 모질게 대했던 석현 어머니(강부자), 에이즈에 걸린 봄이를 왕따시키고 비난했던 푸른도 사람들 등 다른 드라마에서는 악역일 수밖에 없는 인물들조차도 ‘고맙습니다’에서는 모두 용서가 된다. 사람은 악하기도 하지만 그 내면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아픔이 있다는 진정성을 끄집어내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둘째, 가식이 없다 드라마는 허구다. 말 그대로 만들어낸 ‘가짜’ 얘기일 뿐이다. 하지만 ‘고맙습니다’를 보면 실제로 푸른도 마을에 영신, 봄, 기서(장혁), 석현, 미스터 리(신구)가 살아 숨쉬고 있을 것만 같다.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고맙습니다’는 배우들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력과 공감가는 스토리 전개 등으로 극의 진실성을 배가시켰다. 화장기 없는 얼굴, 아무렇게나 묶은 머리스타일, 다소 촌스러운 옷차림 등 여배우로서의 아름다움 보다는 완벽한 영신이가 되고자 했던 공효진, 진짜 치매 걸린 노인이 아닐까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던 노장 신구, 모두의 우려를 씻고 한껏 힘을 빼고 시청자들 곁에 찾아온 장혁, 에이즈라는 무서운 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잊게 해줄 만큼 사랑스러운 서신애 등 출연자들의 자연스럽고 진실된 연기가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셋째, 안티가 없다 ‘고맙습니다’ 홈페이지 게시판을 살펴보면 말 그대로 ‘고맙습니다’ 물결이다. 매회 방송이 끝날 때마다 시청자들은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어느 누구 하나 딴지를 거는 이가 없으니 네티즌들 스스로도 신기해할 정도다. 심지어 병역비리로 안티세력의 표적(?)이 됐던 장혁마저도 이 드라마를 통해 '완소남'으로 거듭났다. 입맛 까다로운 언론들도 ‘고맙습니다’에서만큼은 이례적으로 호의적인 기사들을 쏟아냈으며 댓글 또한 악플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톡톡 튀고 감각적인 것에만 익숙해져 있을 것 같은 현대인들 밑바닥 속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순수함을 갈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 ‘고맙습니다’는 한동안 보기 드문 수작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hellow0827@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