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진짜 비 오죠?". 두산 4번타자 김동주는 지난 11일 한화전 역전승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날씨부터 물어봤다. 연일 맹타를 치고 있고 팀도 6연승 중이건만 그 대가로 감수해야 했던 체력적 피곤함을 간접적으로 호소한 셈이다. 여기다 두산은 로테이션 상 12일 경기가 없으면 13일 제1선발 리오스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14일 하루를 쉬고, 15일 마산 롯데전에는 랜들이 등판할 수 있다. 이 경우 연승 흐름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하늘은 두산이 원하는 대로만 해주진 않았다. 11일 밤부터 대전지역에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전까지 지속됐다. 경기 취소는 당연지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정오를 지나자 빗줄기가 그쳤다. 하늘은 잔뜩 흐렸지만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고 땅은 말라갔다. 이 와중에 두산은 12일 선발로 내정된 구자운이 달리기를 하다 오른 허벅지 통증을 호소해 경기 개시(오후 5시) 2시간 전에 부랴부랴 투수를 바꿔야 했다. 한화의 양해를 얻어 이원희를 급조 선발로 올렸으나 1회말 나오자마자 원 아웃도 못잡고 1볼넷 3피안타(1피홈런) 4실점으로 녹아웃됐다. 초장부터 대량실점한 두산은 연승팀답지 않게 허무하게 대패했다. 어렵게 오른 5할 승률 고지서 하루 만에 내려가야 했다. 비는 3회가 되어서야 다시 내리기 시작했으나 경기를 무효화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5회 이후엔 뚝 그쳤다. 두산에 있어 12일은 지독히 '운수없는 날'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리오스-랜들 이외에 3~5선발이 취약한 두산의 현실이 담겨져 있다. sgoi@osen.co.kr 김동주가 지난 11일 경기 4회초 1사 2루서 좌중월 투런 홈런을 날려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김광수 3루코치의 환영을 받으며 홈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