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 '왜 돈 이냐고? 그게 현실야'
OSEN 기자
발행 2007.05.14 10: 43

갑자기 ‘돈’ 이야기가 많아졌다. 요사이 새로 시작하는 몇 편의 드라마들에서 돈이 중요한 테마로 떠오르고 있다. 그런데 그 돈이 상당히 현실적이다. 돈 때문에 살고 돈 때문에 죽는 현실이 드라마에 깊숙이 반영되고 있다. 노골적으로 돈 이야기를 하는 대표적인 작품은 SBS TV 새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이향희 극본, 장태유 연출)이다.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드라마로 돈의 양면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세계인 사채업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증권사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주인공 금나라는 어느 날 한 순간에 알거지가 된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던 아버지가 사채 빚을 얻어 쓴 바람에 급기야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다. 돈 때문에 소중한 가정을 잃은 금나라는 돈을 벌어 돈에 복수하기 위해 사채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금나라는 타고난 머리 덕에 사채업자로 성공은 하지만 대신 돈의 노예가 되어 더 많은 것을 잃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집안이 쫄딱 망한 후 돈에 쪼들린 주인공 박신양은 편의점 쓰레기통을 뒤져 남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을 먹기까지 한다. 얼굴엔 땟자국이 덕지덕지 붙어 있고 몸에서는 악취가 진동하는 밑바닥 삶을 살게 된다.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 어쩌다 돈에 원한이 사무치게 되는 지 그 과정이 적나라하게 보여진다. ‘쩐의 전쟁’과 같은 날 시작하는 MBC TV 새 수목드라마 ‘메리대구 공방전’(김인영 극본, 고동선 연출)도 돈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일단 남녀 주인공들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강대구 역의 지현우는 무협소설 작가이고 황메리 역의 이하나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이지만 번번이 캐스팅에 실패하는 별 볼일 없는 인생이다. 그리고 둘은 단돈 500원 때문에 큰 싸움을 벌이는 그런 부류의 캐릭터다. 잘 빠진 외제차를 타고 다니고 취업 준비에는 관심도 없는, 유학에서 돌아오면 곧바로 기획실장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그런 인물들과는 한참 거리가 멀다. 흔히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그런 젊은이들이고 어쩌면 바로 나 자신일 수도 있다. 김인영 작가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14일 밤 첫 방송될 KBS 2TV 새 월화드라마 ‘꽃 찾으러 왔단다’(윤성희 극본, 지영수 연출)에 나오는 주인공들도 볼품없기는 마찬가지다. 차태현이 연기할 윤호상은 한마디로 ‘돌려막기 인생’이다. “인생 뭐 있어”를 연발하며 술과 친구를 위해 화끈하게 살다가 화끈하게 보증을 서주고, 덕분에 화끈하게 망한다. 상대역인 나하나(강혜정 분)는 아는 것이 ‘돈과 나’뿐인 여자다. 이런 두 사람이 결국 돈 때문에 얽힌다. 윤호상의 동명이인이 어린 아이를 구하고 죽게 되는데 그 동명이인을 대신해 ‘엉뚱한 윤호상’ 차태현이 거액의 사례금을 받는다. 그리고 돈 냄새를 맡은 나하나가 윤호상에게 접근하게 되면서 둘의 로맨스가 시작된다는 줄거리다.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은 아무도 돈으로부터 자유로운 인물이 없다는 데 있다. 사실 그게 현실이다. 물론 열거한 세 작품들의 돈에 대한 접근 방식은 각기 다르다. ‘쩐의 전쟁’은 돈 자체를 정면으로 파고들어가지만 나머지 둘은 풍자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 그렇지만 세 작품은 똑같이 돈이라는 가장 현실적인 소재를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결정적인 장치로 활용한다. 결국 이런 흐름은 재벌 2세가 등장하는 신데렐라 이야기식의 판타지로는 더 이상 효용을 찾을 수 없었던 드라마 제작자들이 현실 문제로 눈높이를 낮춰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돈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오래 전부터 즐겨 써오던 소재다. 돈으로 인한 경제-사회적 불평등을 밑바탕에 깔거나 ‘타짜’나 ‘올인’ 같은 작품들처럼 돈 자체를 드라마 소재로 극대화 시키는 방식들이었다. 최근 들어 두드러진 경향은 돈과 관련된 극히 현실적인 문제들, 즉 삶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멜로가 퇴조하고 전문직 드라마가 힘을 얻는 경향과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100c@osen.co.kr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쩐의 전쟁’ ‘꽃 찾으러 왔단다’ ‘메리대구 공방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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