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보라스의 힘인가'. 플로리다 말린스로 이적이 확정된 김병현(28)은 그간 적지 않은 연봉 때문에 소망했던 이적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겨울 콜로라도가 행사한 250만 달러 연봉 옵션이 구단의 발목을 잡으면서 트레이드를 원하는 양측은 애를 태워야만 했다. 스프링캠프서 구단과 불화를 빚은 김병현에 관심을 보였던 구단은 꽤 됐다. 텍사스, 캔자스시티, 시애틀, 볼티모어 등이 줄기차게 관심을 보였다. 이번에 거래가 성사된 플로리다도 초기부터 흥미를 나타냈다. 그러나 이들 구단은 콜로라도와 '갈 데까지 간' 김병현의 관계를 파악한 듯 배짱을 부렸다. 김병현 연봉의 상당액을 콜로라도가 대신 보전하라며 큰소리를 쳤다. 재정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콜로라도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병현의 연봉에 대한 부담을 없애야 또 다른 전력 수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김병현을 보유하는 상황이 지속됐다. 그러나 지난 9일 거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김병현과 대리인 계약을 맺은 보라스는 "김병현은 검증된 투수"라며 떨어졌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힘을 썼다.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에 나선 김병현이 각 구단 스카우트들 앞에서 연일 'K쇼'를 펼친 점도 주가 재상승에 한 몫했다. 이번 트레이드에서 양측이 주고받는 현금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병현과 호르헤 훌리오 두 투수만 맞교환하는 것으로 모든 게 합의됐다. 콜로라도보다도 살림살이 규모가 작은 플로리다가 250만 달러를 떠안기로 한 데는 이유가 있다. 훌리오의 올해 연봉이 360만 달러로 김병현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콜로라도는 김병현을 내보내는 대신 과거 '검증됐던' 불펜투수를 확보했고 플로리다는 더 싼 값에 훌리오보다 화려한 경력의 투수를 영입했다. 서로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병현과 훌리오도 저마다 새롭게 둥지를 틀었으니 모든 구성원들이 만족할 만하다. '윈윈 딜' 이라는 말에 딱 드러맞는다. 이번 거래에서 보라스의 역할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병현과 손잡은지 불과 5일 만에 이적이 성사된 점에 비춰볼 때 그가 물밑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