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야. 요미우리 4번타자는 결장할 수 없어". 김성근 SK 감독은 요미우리 이승엽(31)의 '비공식 대변인'이다. SK-LG전이 열린 지난 15일 잠실구장에 모인 기자들은 경기 직전 이승엽의 근황에 대한 질문 세례를 했다. 팀이 1위이고 바로 전 KIA전에서 '애제자' 김광현까지 첫 승을 거둔 터라 김 감독 역시 SK 외적인 일까지 돌아볼 여유가 생긴 듯 비쳤다. 그래선지 김 감독은 먼저 "이승엽이 스승의 날이라고 전화를 해왔다. 그래서 'TV 보니 (롯데 마린스 시절 부진했을 때처럼) 또 그러던데 기도 드리지 말라 (벤치에서 고개 숙이지 말라)'고만 했다"고 들려줬다. 기술적 부분은 SK 감독 신분이고, SK에 전념하고 있어서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감독은 "아파서 그런지 몸쪽 코스에 약점을 보인다"라고 걱정했다. 이어 "아파도 요미우리 4번타자는 결장할 수 없다. 그것은 전통"이라고 이승엽의 출장 강행 배경을 다른 각도에서 설명했다. 일본 프로야구 내에서 이승엽의 입지가 그만큼 상징적이라는 얘기였다. 김 감독과 만난 지 채 몇 십 분 지나지 않아 요미우리는 요코하마와 경기를 시작했고, 이승엽은 2회 첫 타석에서 중전안타를 뽑아냈다. 23타석 만에 나온 안타였다. 이후에도 이승엽은 볼넷에 이어 중월 2루타까지 터뜨려 어린이날-어버이날(이상 홈런 기록)에 이어 스승의 날에도 한 건을 해냈다. 경기 후 이승엽은 "컨디션이 돌아오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볼을 칠 수 있었다. 특히 구도 투수를 상대로 쳐냈기에 좋은 계기로 삼고 싶다"라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이승엽의 팀 선배로 있다가 요코하마로 비자발적 이적한 좌완 구도 기미야스(44)는 통산 215승을 거둔 투수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