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위는 별로여도 절대적으로 믿는다?
양립 불가능한 말이지만 SK 와이번스에 국한하면 통용된다. 제1선발 케니 레이번(33)이 그 주인공이다.
김성근 SK 감독은 지난 1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레이번을 13일 KIA전에 선발로 낼 수도 있었지만 LG를 겨냥해 늦췄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그래야 오는 일요일(20일) 현대와의 문학 홈경기 때 또 한번 선발로 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즉, 6승 무패의 레이번을 1주일에 두 번 올림으로써 1위로 달리는 SK에 채찍을 가하겠다는 양수겸장의 포석인 셈이다. 여기서 13일 광주 KIA전은 '버리는 카드'였다. 그러나 사석(死石)으로 내보낸 김광현이 'SK 천적' 윤석민을 잡고 '생환'했으니 김 감독은 길 가다 지갑주은 기분이었을 터이다.
그러나 정작 그토록 믿었던 레이번은 15일 LG전에서 극히 안 좋았다. 직구 최고구속은 잠실구장 전광판에 시속 150km(4회 이대형 타석 때)까지 찍었으나 볼넷을 5개나 남발했다. 김 감독이 5회 1사 3루에서 박용택에게 동점 투런홈런을 맞을 때까지 인내한 것이 예외로 비쳐질 일이었다.
재미있는 점은 김 감독 역시 '레이번의 현재 구위가 별로'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김 감독은 경기 전 "아직도 코나미컵 때의 레이번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럼에도 로테이션의 축으로서 '레이번 등판 경기=필승'으로 짜여져 있는 SK 전략이다. 김 감독이 가장 이기고 싶어하는 20일 현대전에서 그의 피칭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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