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SK, 지난해 돌풍과 무엇이 달라졌나. SK 와이번스가 시즌 초반 1위를 달릴 때 "작년에도 저러다 말았다'라는 냉소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5월 중순까지 SK는 2위 그룹과 3.5경기나 앞서는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혼전이라던 올 시즌 순위 레이스에서 SK는 유일하게 '이길 경기-질 경기'를 나눠가며 운용할 수 있는 팀이다. 1승만 더 보태면 첫 10승-첫 홈 10승에 이어 첫 20승 고지도 가장 먼저 밟는다. 물론 샴페인을 일찍 터뜨릴 상황은 전혀 아니지만 '찻잔 속 태풍'이었던 지난 시즌과 비교할 때 질적으로 달라진 '무언가'가 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시오타니가 없다'는 사실이다. SK는 지난해 일본 오릭스 출신 용병 내야수 시오타니의 대활약에 힘입어 초반 1위로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그가 돌발 부상을 입고 퇴출되자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러나 지금 SK는 '줄부상' 와중에도 티가 안 난다. 비근한 예가 유격수 정근우다. 정근우는 타율 3할 1푼 6리에 4홈런 13타점을 기록, 일약 5번타자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갑작스런 손가락 부상으로 10일 이상 결장했음에도 SK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김성근 감독이 지난 15일 정근우를 1군 엔트리에 재등록시키면서 "벤치에서 소리나 지르라고 올렸어"라고 여유를 보인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 SK의 프랜차이즈 타자라 할 이진영은 '없는 전력'이나 마찬가지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김재현-박재홍-박경완-이호준 등 기존의 몇몇 스타 타자들이 잘해서 1등하는 것도 아니다. 요는 SK의 득점 창출력이다. SK는 16일까지 158득점으로 압도적 1위를 기록 중이다. 팀 출루율-장타율에서 타 구단을 압도하지 못하지만 그렇다. 이는 곧 출루하면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루트를 다양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SK의 자랑인 도루 능력도 이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롯데나 두산전 선발 투수는 이대호-김동주 앞에 주자를 내지 않는 쪽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한화전 선발은 작은 구장 규모(대전 원정일 경우)와 일발 장타력을 주의하는 대신 기동력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삼성과 LG는 좌타선을 봉쇄하면 절반은 이긴 셈이다. 그러나 SK 상대로는 이런 '똑 떨어지는' 해답이 없다. 검술로 치자면 쌍검술에 비견된다. sgo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