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애’라는 이름 버렸으니 이제 ‘린’과 헷갈릴 이유 없겠죠?” 라씨, 상큼하고 신선한 맛을 지닌 인도의 전통음료 이름이다. 얼마전 린애, 아니 라씨의 음악을 듣고 난 방송인 허수경이 직접 이름을 지어줬다. 그녀의 음색은 바로 라씨의 맛과 닮아 있다. 라씨는 ‘린애’란 이름으로 2집까지 낸 기성 가수다. 그러나 최근 3년 만에 방송으로 복귀하면서 과감히 옛 이름, 정확히는 본명을 지웠다. 왜 이런 모험을 했을까? 듣는 이를 배려해서다. 린애라는 본명으로 활동할 당시, 이름이 비슷한 가수 린과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방송 관계자와 팬들이 둘을 구별하는 데 불편을 겪자, 린애는 과감히 스스로 이름을 버렸다. “가수는 결국 타인을 위한 직업이잖아요. 남들이 불러주는 이름인데 불편하게 한다면 죄송스럽죠. 이름을 바꾼 것은 일종의 ‘서비스’라 생각해 주세요”라고 담담히 밝혔다. 그래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자신은 있었던 걸까. “사실 불안하기도 했죠. 막상 복귀 날짜가 다가오자 팬들이 과연 저를 알아볼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했어요. 하지만 ‘라씨’라는 이름으로 방송 출연을 하고 온라인 음원 판매를 시작했는데, 웬 걸요. ‘반갑습니다, 린애 씨’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어요. 게다가 신기하죠? 몇 백 개의 글 중에 단 한 개도 악플이 없었어요.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라씨는 쉬는 동안 음악선생으로 활동했다. 보컬 학원에서 잘 가르치기로 소문나 예대 실용음악과 강사로도 활동했다. 그 뿐인가, 오전부터 저녁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면 새벽에는 글을 썼다. ‘마음이 가는 길이 항상 세상이 이끄는 길과 일치하는가’란 단편소설도 냈다. 린애 활동 당시에도 작사에 뛰어난 솜씨를 보였기 때문에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린애로 활동하는 동안 많이 지쳤었나 봐요. ‘실수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저를 지배했죠. 음악을 즐기는 마음마저 잊어버렸어요. 그동안 공백기는 지친 저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시기였어요. 책도 읽고 여행도 다니고.. 프랑스, 일본, 미국 등을 거닐며 자유분방하게 거리공연을 하며 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을 봤죠. 이 기분을 그대로 담아 라씨로 돌아왔어요” 그렇다면 여유를 찾은 라씨의 모습은 어떨까. 가사는 여전히 슬픈 이별 이야기다. 그러나 창법은 많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엉엉’ 울었다면 이제는 조용히 슬픔을 가슴 속에 삭인다. 성숙해졌다. 한결 성숙해진 목소리에 생각까지 깊어졌다. “3년 전에 같이 활동했던 가수들 중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가수가 얼마 없어요. 이건 가요계 전체의 불행이에요. 오래오래 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는 가수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저 라씨는 친구같은 아티스트로 팬들 곁에 오래오래 남을 거예요.” 당당히 포부를 말하는 라씨의 등 뒤에 밝은 햇살이 비치며 한결 환하게 그녀를 밝힌다. 이제 라씨는 다시 시작이다. 9pd@osen.co.kr YH엔터테인먼트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