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께끼와 오리무중. 홍콩배우 양조위가 말하는 왕가위 감독에 대한 이미지다. 왕 가위 감독의 ‘중경삼림’(1994년) ‘해피투게더’(1997) ‘화양연화’(2000) ‘2046’(2004년) 등 다수의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배우로서는 다소 의외의 대답처럼 들렸다. 하지만 양조위가 왕 감독을 그렇게 느끼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영화 ‘상성-상처받은 도시’(유위강 감독) 국내 개봉을 앞두고 홍콩에서 만난 양조위는 왕가위 감독과 유위강 감독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을 받자마자 빙그레 웃었다. 그리고 아주 간단하다는 듯 “수수께끼”라는 짤막한 대답을 내놓았다. ‘수수께끼’라는 말은 왕 감독의 속내를 알 수 없다는 사람이라는 뜻과 촬영이 아무 계획없이 진행되지만 촬영장 분위기를 재미있게 유도해내는 왕 감독의 능력을 함축한 단어다. 뿐만 아니라 양조위는 “모두들 잘 알지 않느냐? 왕가위 감독이 엽기적이라는 것”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왕 감독을 “오리무중인 사람”이라며 그 속내를 쉽게 짐작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처럼 양조위가 말한 왕가위 감독과 비슷한 한국 감독으로는 홍상수 감독이 있다. 홍상수 감독은 자신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특히 머리 속에는 이미 많은 것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촬영 콘티가 없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왕가위 감독과 홍상수 감독 모두 해외영화제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아시아의 감독이라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양조위는 ‘무간도’ 시리즈에 이어 ‘상성-상처받은 도시’에서 호흡을 맞춘 유위강 감독과 맥조휘 감독을 “재미있고 독특하다. 유 감독은 주관적인 성향이 있는 반면 맥 감독은 객관적인데 서로 잘 조화를 이룬다”고 신뢰감을 내비쳤다. pharos@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