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로 활동중인 강수정이 맛 아나운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류시원과 함께 진행하는 SBS의 '결정! 맛대맛'이다. 일단 첫 걸음은 잘 내딛었다. 프리랜서 대선배 정은아가 확실하게 아성을 쌓았던 프로에서 조금씩 자신만의 스타일을 굳혀가고 있다. '맛대맛'을 처음 맡았을 당시,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서 쏟아졌던 비난도 한결 수그러들었다. 그녀를 향한 악플에, '잘하는데 왜 그러냐'고 오히려 이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부쩍 늘었다. '젓가락질을 못하면서 무슨 맛 프로그램 MC를 맡았느냐'는 논란도 조금씩 수그러드는 추세다. 그럼에도 '맛대맛'을 맡은 강수정에게는 큰 걸림돌이 남아 있다. 시청자들이 갖고 있는 이 프로의 원조 MC 정은아에 대한 잔상이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사마중달을 쫓는다고, 강수정은 맞서 싸우기 버거운 상대를 만난 셈이다. '맛대맛' 방영 초기부터 꾸준히 지켜봤던 시청자들은 정은아의 똑 부러진 진행에 길들여져 있다. 음식 하나를 먹어도 게스트들 모두가 군침을 흘릴 정도로 맛깔나게 먹고, 박식하면서도 겸손한 자세로 일관하는 그녀의 입담은 '맛대맛'의 가장 큰 성공 비결로 꼽힌다. 맛에 대한 그녀의 재치있고 현란한 표현력 앞에 남자 MC 류시원은 무릎꿇기 일쑤였다. 정은아가 하차한 지 이미 오래인데도 그녀를 기억하는 글들은 아직까지 시청자게시판에 가득하다. '맛대맛, 정은아씨처럼 리얼한 표현력과 언어술을 지닌분이 또 있을까요'라는 칭찬부터 '정은아씨가 워낙 잘했기 때문에 이후 여자 MC가 여러번 바뀌었지만 기대치에 못미치는 것같다'는 비교론까지, 그 글의 종류도 다양하다. 강수정에 대한 2% 부족분을 얘기하는 의견들은 '개성과 표현력이 부족하다' '너무 예쁘게 보일려는 모습이 확들어온다' '음식에 대한 정보 전달보다 어떻게든 이겨볼려는 의지밖에 안보인다' 등. 그 말미에는 거의 대부분 '정은아는 안그랬는데..'라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가 달려 있다. 프리랜서라는 험난한 길을 택한 강수정이 넘어야할 산이다. 2002년 KBS 아나운서 공채 28기로 출발, 4년만에 간판 아나운서로 성장한 그녀는 지난해 10월 KBS에 사표를 던지고 신동엽의 연예 기획사 DY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이후 OSEN과의 인터뷰에서 “방송국에 사표를 낸 이상 더 이상 아나운서는 아니다. 그냥 방송인이라고 할까. 그래서 아나운서 직과 관련된 말들을 하기에는 상당히 조심스럽다”는 소감을 밝힌 바 있다. 그 말 그대로, 이제 강수정의 선택 폭은 교양이나 예능프로 MC로 좁아졌다. 그 만큼 그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한 경쟁은 치열해지고 힘들어진 셈이다. '결정! 맛대맛' 승부에서 강수정이 절대 물러날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정은아의 잔상을 넘지않고는 프리랜서 강수정이 버틸 자리가 더 좁아진다. 때마침 이 프로는 터줏대감이던 일요일 오전에서 수요일 저녁 시간으로 이사를 갔다. 새 마음 새 기분으로 '결정! 맛대맛'을 이끌어야 할 강수정이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