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 야구 '트레이드'의 차이는?
OSEN 기자
발행 2007.05.22 09: 10

올 시즌 한국 프로야구에서 SK 와이번스를 중심으로 트레이드가 잇따라 이뤄지고 있어 신선함을 주고 있다. 구단간 ‘윈윈’은 물론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트레이드가 한국야구에서도 서서히 활발해질 조짐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야구의 본고장이라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그럼 한국야구와 미국야구의 ‘트레이드’에 대한 시각 차이는 과연 무엇인가. 크게 2가지 면에서 다르다. ▲미국은 ‘비즈니스’-한국은 ‘모험’ 메이저리그에서는 트레이드에 관해 ‘절대 불가’가 없다. 아무리 몸값이 높고 계약서에 트레이드 불가 조항이 있다고 해도 구단간에 합의가 이뤄지면 결국은 유니폼을 바꿔 입는 일이 생기는 곳이 메이저리그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몸값 선수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계약 기간 중 팀을 바꿨고 한국인 빅리거 박찬호도 마찬가지였다. 로드리게스는 2001년 텍사스와 10년간 총액 2억 5200만 달러에 계약했으나 2003시즌 후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됐다. 몸값이 너무 높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로드리게스 트레이드는 텍사스가 연봉의 많은 부분을 떠안는 조건으로 양키스가 받았다. 텍사스는 지금도 계속 로드리게스의 연봉 일부분을 부담하고 있는데 그 액수만도 올해 710만 달러, 2008년 810만 달러, 2009년 710만 달러, 10년 계약 마지막 해인 2010년 610만 달러에 이른다. 2002년 5년간 6500만 달러에 텍사스와 계약했던 박찬호도 계약 기간 중이던 2005년 시즌 중반 샌디에이고로 갔다. 샌디에이고 간판타자였던 필 네빈과 트레이드하면서 몸값 차이분을 텍사스가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이처럼 메이저리그에서는 간판스타도 언제든지 구단의 필요에 따라 트레이드가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연봉 총액을 줄이기 위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기 위해, 팀에 불필요한 부분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을 보강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트레이드 시장을 연다. 시즌 종료 후에는 30개 구단 관계자와 선수 에이전트들이 한 자리에 모여 선수 팔고사기를 논의하는 ‘윈터미팅’을 열고 있을 정도다. 미국 구단들은 대부분 금전적인 ‘손익계산서’를 따지는 데 초점을 맞추고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전력 업그레이드에 노력한다. 한마디로 ‘비즈니스 마인드’로 트레이드에 임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간판스타급의 트레이드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구단들이 선뜻 트레이드에 나서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로 한 쪽이 손해를 보게 되면 뒤따를 수도 있는 문책을 두려워해 실무자들이 섣불리 트레이드에 나서지 못하는 것이 한국적 현실이다. 따라서 굵직한 스타가 포함된 트레이드는 한국에서는 그야말로 ‘모험’이 뒤따르는 장사이다. 트레이드가 활성화돼 있으면 손익계산서가 얼추 맞아질 수도 있겠지만 횟수가 적은 탓에 한 쪽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이유로 한국 구단들은 트레이드에 소극적이다. 손익계산서만 분주하게 두드릴 뿐 서로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마음이 강해 트레이드가 성사되기 힘들다. 구단들이 꼭 필요한 부분을 보충하기 위한다는 마음으로 트레이드에 나서고 활발하게 성사시켜야만 ‘모험’이 따르는 일이 안된다. 구단들의 트레이드에 대한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미국 언론에는 많고 한국 언론에는 드물다 메이저리그를 다루는 미국 언론에서는 ‘트레이드 루머’에 관련된 기사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인 빅리거들의 트레이드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야구에서는 트레이드설을 다룬 언론 기사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구단간에 물밑에서 트레이드 논의가 있다가도 비밀이 새어나가 언론에 보도되면 깨지기 일쑤다. 이런 마당에 트레이드설을 한국 언론에서 다루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수시로 트레이드 루머를 다루고 종종 설에 따라 진짜로 선수 이동이 일어나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면 한국 언론에서는 트레이드 설을 제기하는 경우가 드물다. 미국 구단들은 트레이드설도 팬들에게 주는 또 하나의 흥미 거리로 여기는 반면 한국 구단들은 선수들에게 정서적 충격을 주는 요소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는 트레이드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미국 선수들은 ‘프로야구는 비즈니스, 트레이드도 비즈니스’라는 인식으로 트레이드설이나 트레이드를 받아들이는 반면 한국 선수들은 ‘구단이 나를 버리는 구나’는 피해 의식을 많이 갖고 있다. 이런 탓에 한국에서는 트레이드설이 나오면 해당 선수는 의기소침해지고 구단은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선수를 다독거린다. 그리고 실제로 구단간 논의를 했으면서도 언론의 앞선 보도에 트레이드가 무산되기도 한다. 구단의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남의 눈치를 보느라 일을 성사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근년 들어서는 한국 선수들도 FA 도입으로 프랜차이즈 스타라는 의식이 없어지고 ‘트레이드는 내게 새로운 기회’로 여기고 있기는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트레이드설이 나오기라도 하면 피해 의식을 갖는 경우가 꽤 남아 있다. 한국 구단들과 선수들도 이제는 ‘프로야구는 비즈니스’라는 마인드로 트레이드를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 프로야구가 좀 더 활성화되고 볼거리도 풍부해질 것이다.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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