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초이' 최희섭(28)이 끊어진 호랑이 4번타자 계보를 잇는다. 이승엽(31)은 요미우리의 70대 4번타자다. 이승엽은 지난해 3월 센트럴리그 개막과 함께 요미우리 4번타자로 당당히 이름을 알렸다. 대단한 뉴스였을 뿐 아니라 역대 4번타자의 순번을 매기고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그만큼 4번 타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KIA 최희섭은 전신 해태를 포함해 몇 번째 4번 타자가 될까. 그동안 숱한 선수들이 4번을 거쳐갔다. 외국인을 제외한다면 토종으로는 6번째 4번타자로 볼 수 있다. 물론 잠깐 4번을 쳤던 선수들을 뺀다면 말이다. 호랑이 4번타자로 단번에 떠오르는 인물은 김봉연(극동대 교수)이다. 80년대 특유의 콧수염과 호쾌한 스윙을 앞세워 해태의 초대 4번타자로 명성을 날렸다. 다음으로 유난히 찬스에 강했던 해결사 한대화(삼성 수석코치)도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리고 90년대 들어 고졸 4번타자로 관심을 모은 홍현우(개인사업)가 있었다. 이어 '괴력의 사나이' 이호성(개인사업)이 4번을 치기도 했다. 이들은 해태의 V9을 이끈 '영광의 4번타자'들로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용병들이 밀려들기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토종으로는 4번타자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홍세완이 4번으로 활약했지만 잦은 부상으로 인해 들락날락했다. 나머지는 샌더스 등 외국인 타자들이 채웠다. 이런 점에서 최희섭은 김봉연 한대화 홍현우 이호성의 화려했던 과거에 이어 홍세완이 바통을 받았던 토종 4번 계보를 잇는 적자라고 볼 수 있다. 더욱이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거의 10년 만에 나타난 토종 4번. 메이저리거 출신이기도 하지만 KIA 팬들이 폭발적인 관심을 보내는 이유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해태의 영화를 기억하는 많은 팬들은 최희섭이 옛 선배들에 부끄럽지 않은 강한 4번 타자로 우승 신화를 쓰기를 바라고 있다. 분명 적응하느라 힘겨운 최희섭에게는 부담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높은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sunny@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