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37)이 생애 최초로 끝내기 사구를 기록한 비화를 밝혔다. 이종범은 지난 22일 광주 롯데전에서 9-9 동점인 가운데 연장 12회말 1사 만루에서 롯데 투수 이왕기의 투구에 왼쪽 귀 뒷부분을 강타 당했다. 기록은 프로야구 통산 13번째 끝내기 사구(死球)였다. 팀 최고참이 살신성인으로 팀에 1승을 안겨주었다. 후배들은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일구자 우르르 홈에 몰려왔지만 쓰러진 캡틴 이종범을 보고 웃어야 할지, 아니면 울어야 할지 갈피를 못잡았다. 한참이나 누워있다 겨우 일어난 이종범은 1루까지 거의 환자 폼으로 걸어가 베이스를 밟고 경기를 끝냈다. 다음 날인 23일 오전 이종범은 팀 지정병원인 한국병원에서 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날 오후 롯데전에 앞서 훈련 도중 이종범은 방망이를 들고 몇 차례 스윙을 하면서 "입을 벌리면 약간의 통증이 있다"며 씨익 웃었다. 그러면서 왜 자신이 사구를 맞게 됐는지 털어놓았다.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입이 보살이여라. 입이. 얘들한테 맞고라도 나갈란다고 말하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진짜로 맞아부렀어라"고 말했다. 이어 "타석에서도 홈플레이트쪽으로 바짝 붙었는데 기분이 진짜로 맞을 것 같더라고요. 이왕기가 볼을 던지지 못하는 것 같은데 볼이 얼굴쪽으로 날라올 줄은 몰랐지요. 당연히 끝내기 사구는 프로야구 데뷔 이후 처음이지라"라고 설명했다. 후배들의 어정쩡한 태도가 더 웃겼다는 말에는 "'형님! 뒷통수에 굳은살 생기겠습니다'고 (김)종국이가 그럽디다"라며 껄껄 웃었다. 얼마 전 광주 두산전에서 두산 투수 김덕윤에게 같은 부위를 강타당한 것을 두고 놀린 것이다. sunny@osen.co.kr 지난 22일 끝내기 사구를 맞은 뒤 1루를 밟은 이종범이 턱 주변을 만지며 돌아오자 최희섭이 걱정스럽게 다가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