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이 가른 승부였다. 24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아테네에서 열린 2006~2007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AC 밀란은 필리포 인자기의 2골에 힘입어 리버풀을 2-1로 눌렀다. AC 밀란은 경기의 전반적인 주도권을 리버풀에게 내주었으나 순도높은 골결정력을 보이며 2골을 집어넣었다. 이로써 AC 밀란은 2년전 이스탄불에서의 패배를 설욕할 수 있었고 7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들었다. ▲ 중원에 힘을 실은 선발 라인업 양 팀은 중원에 힘을 실었다. 단판 승부인만큼 신중한 경기를 전개해나가겠다는 것이었다. 안첼로티 AC 밀란 감독은 '크리스마스트리' 포메이션인 4-3-2-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원톱으로는 베테랑 필리포 인자기를 내세웠다. 그의 뒤에는 카카와 클로렌스 시도로프를 배치시켰다. 3명의 미드필더는 젠나로 가투소, 마시모 암브로지니, 안드레아 피를로가 섰다. 센터벡은 파울로 말디니와 알레산드로 네스타가 섰고 좌우 풀백은 마렉 얀쿨로프스키와 마시모 오도가 나섰다. 골키퍼는 디다가 나왔다. 이에 맞서는 리버풀의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선택은 4-2-3-1 포메이션이었다. 골키퍼는 호세 마누엘 레이나가 나왔다. 제이미 캐러거, 다니엘 아게르를 축으로 욘 아르네 리세와 스티브 피난이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사비 알론소가 더블 볼란테(수비형 미드필더)를 형성했고 앞에 스티븐 제라드가 배치되었다. 좌우 윙포워드로는 부데베인 젠덴과 저메인 페넌트나 나왔고 더크 카이트가 원톱으로 출전했다. ▲ 제라드, 페넌트 앞세운 리버풀 경기의 주도권 잡아 리버풀은 경기 시작부터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제라드와 페넌트가 공격의 선봉이었다. 제라드는 허리에서 넓은 활동량과 패싱력 등을 바탕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페넌트 역시 오른쪽 사이드에서 스피드와 위협적인 크로스로 상대를 압박했다. 전반 9분 얀쿨로프스키의 공을 뺐어낸 페넌트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오른발 슈팅을 연결했지만 디다 골키퍼의 손에 걸리고 말았다. 12분에는 캐러거가 올린 크로스패스를 제라드가 헤딩으로 떨구어주었다. 뒤에서 이 공을 잡은 페넌트가 제라드에게 리턴패스했지만 슈팅이 빗맞으면서 좋은 찬스를 놓치고 말았다. AC 밀란은 전반 중반 반짝 공세를 취했지만 그리 위협적이지는 못했다. ▲ 마지우개, 카카를 지워버려 리버풀이 주도권을 잡게 된 것에는 '마지우개' 마스체라노의 활약이 컸다. 마스체라노는 카카를 효과적으로 막아내며 AC 밀란의 공격을 교란시켰다. 반면 '암자물쇠' 암브로지니는 제라드 봉쇄에 실패하는 모습이었다. 마스체라노의 활약에 힘입어 리버풀은 손쉽게 공격을 풀어나갔다. 하지만 유효 슈팅이 부족했다. AC 밀란의 수비가 그만큼 탄탄했다는 의미였다. 리버풀은 전반 22분 제라드가 아크 서클 왼쪽에서 오른발 발리슛을 날렸지만 골문을 빗나갔다. 26분에는 알론소의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이 살짝 빗나갔고 31분에는 리세의 왼발 슈팅이 역시 골문을 비켜갔다. 35분에는 페넌트의 인터셉트 후 제라드의 슈팅이 나왔지만 역시 골문을 빗나갔다. ▲ 단 한방으로 선제골 기록한 AC 밀란 리버풀이 계속 몰아치면서도 골을 기록하지 못하자 서서히 AC 밀란 쪽에도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러한 희망은 결국 선제골로 실현되었다. 후반 43분 마스체라노에게 묶였던 카카가 아크 서클에서 돌파하다 알론소의 파울을 얻어냈다. 키커는 피를로가 나섰다. 프릴로는 오른발 프리킥을 연결했고 이 공은 골문으로 쇄도하던 인자기의 몸을 맞고 골문을 갈랐다. AC 밀란은 단 2번의 유효 슈팅에서 골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선보이며 경기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 수비를 두텁게 한 AC 밀란 선제골을 넣고난 후 후반을 맞이한 AC 밀란은 수비를 두텁게 서며 역습으로 나섰다. 리버풀은 AC 밀란의 탄탄한 수비를 공략했지만 효과적이지 못했고 허리 밖으로 밀려나는 모습이었다. 이에 베니테즈 감독은 젠덴을 빼고 해리 키웰을 투입하며 공격을 새롭게 했다. 하지만 AC 밀란의 역습을 간간히 허용하기도 했다. AC 밀란은 인자기를 최전방에 두고 카카와 시도로프로 공격을 받치게 했지만 숫자 부족에 시달리며 효율적이지는 못했다. 따라서 경기는 다소 지루한 양상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었다. ▲ 선수 교체로 승부수를 던진 양 팀, AC 밀란이 쐐기골 뽑아내 지루했던 경기는 후반 종반 들어 양 팀의 선수교체를 통해 다소 활력을 찾았다. 후반 33분 베니테즈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상대 수비를 끌어내고 동점골을 넣기 위해서 마스체라노를 빼고 피터 크라우치를 투입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리버풀에게 향했다. 마스체라노가 빠지자 카카는 더욱 쉽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고 후반 37분 결정적인 패스를 보여주었다. 카카는 리버풀의 뒷공간을 향하는 전진 패스를 시도했고 이것을 인자기가 절묘하게 오프사이드를 피하며 레이나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게 되었다. 인자기는 차분히 골키퍼까지 제쳤고 가볍게 쐐기골을 기록했다. 하지만 리버풀도 저력은 있었다. 후반 44분 카이트가 한 골을 만회한 것. 코너킥 상황에서 아게르의 패스를 받은 카이트가 골을 넣은 것. 박수받을만한 골이었지만 결국 리버풀은 더 이상의 골을 기록하지 못했고 AC 밀란이 우승컵을 드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