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의 남은 숙제, '꾸준한 피칭'
OSEN 기자
발행 2007.05.24 11: 00

[OSEN=돌핀스타디움(마이애미), 김형태 특파원] 11-13. 올 시즌 16⅔이닝 동안 김병현(28.플로리다 말린스)이 기록한 탈삼진과 볼넷 숫자다. 이닝 당 1개에 버금가는 삼진수는 그의 구위가 여전히 수준급이라는 사실을 입증한다. 그러나 볼넷 숫자로 눈을 돌리면 제구력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김병현은 콜로라도 로키스 시절 트리플A 재활등판(24⅓이닝 31탈삼진 11볼넷)에서도 볼넷이 적지 않은 편이었다. 컨트롤이 무뎌지면 고전을 면키 어렵다는 사실은 24일(한국시간) 경기에서도 확인이 가능했다. 이날 필라델피아 필리스를 상대로 이적 후 첫 홈 선발등판한 김병현은 모두 6개의 볼넷을 허용하면서 고전했다. 특히 5회를 제외한 매 이닝 볼넷을 내줘 어려운 경기를 자초했다. 필라델피아 라인업에 무려 6명의 좌타자가 들어선 점을 감안해도 이날 투구는 지난 19일 탬파베이 데블레이스전과는 전혀 달랐다. 공격적인 투구로 초반부터 상대 타자들을 몰아붙이던 당시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제구력과 더불어 직구 구위도 하락했다. 직구 스피드가 주로 80마일 중반대에서 형성된 탓에 악전고투를 해야 했다. 3회까지 투구수 59개를 기록한 원인이 여기에 있었다. "경기에 돌입해서 몸이 풀리는 스타일"이라는 그의 언급에도 불구하고 선발투수로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짧지 않다는 점을 알려준 경기였다. 그나마 어려운 상황에서 실점을 최소화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2회 2사 2,3루에서 좌타자 마이클 본을 삼진처리한 점, 4회 연속안타로 추가실점한 뒤 2사 1,2루에서 셰인 빅토리노를 2루땅볼로 잡아 대량실점을 피한 점은 소득이었다. 6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실점을 3(구원투수의 밀어내기 볼넷 실점은 제외)으로 억제한 덕에 플로리다는 경기 끝까지 뒤집기를 노릴 수 있었다. 김병현은 플로리다에서 그토록 원하던 선발투수 자리를 확보해 소원을 풀었다. 클린트 허들 콜로라도 감독과 달리 프레디 곤살레스 감독은 그를 중용하고 있는 만큼 이제 꾸준하고 안정적인 투구로 팀이 의존할 수 있는 투수로 성장하는 것이 남은 '숙제'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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