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프랑스 칸. 세계 최고 권위의 국제영화제 칸에서 한국 기자들 사이에 올림픽을 방불케하는 취재 경쟁이 벌어졌다. 이창동 연출에 전도연 송강호 주연의 '밀양'이다. '밀양'과 함께 경쟁부문에 출품된 저예산 영화 김기덕 감독의 '숨'은 서자 취급을 당한 채 오로지 '밀양'의 칸영화제 수상에 한국영화 자존심을 거는듯한 분위기였다. 한마디로 언론은 '밀양' 한 쪽으로 올인했고, '밀양'은 국내 개봉(23일)을 제쳐두고 칸에 올인했다. 현지 '밀양' 시사회가 있은 후부터 칸에서는 세계 유수의 언론과 관계자 코멘트를 인용, '밀양'의 황금종려상 수상과 전도연의 여우주연 등극 가능성을 점치는 뉴스들이 시시각각 타전됐다. 실제로 전도연의 수상 예감은 일찌감치 찾아왔다. 칸 소식통 및 외신이 '밀양'에 대한 평가를 엇갈리게 내놓는 가운데 전도연의 연기에 만큼은 최고점을 부여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 타임스'가 전날 인터넷판에서 칸 영화제 소식란 톱뉴스로 전도연을 다루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급기야 시상식 발표 전날에는 '밀양'이 최소한 한개부문 수상은 기정사실인 것으로 앞다퉈 보도가 나갔고, 전도연은 칸 영화제의 꽃으로 일찌감치 만개했다. 칸영화제 주최측이 수상 후보들에게 한가지 암시로 그들의 출국전에 폐막식 참석을 부탁하는 건 오랜 전통이다. 전도연이 그랬다. 다행히 전도연은 기대와 추측에 어긋남이 없이 28일 새벽 2시30분(한국시간)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 극장에서 열린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러나 금의환향할 전도연에게 꼭 기쁜 소식만 기다리는 건 아니다. 앞으로 그녀의 대표작으로 기록될 '밀양'이 한국 극장가에서 처한 현실을 봤을 때다. 지난 주말까지 '스파이더맨 3'와 '캐리비안의 해적3', 두편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무려 1100여개의 스크린을 장악한채 관객을 싹쓸이하고 있다. 230개 스크린으로 시작한 '밀양'은 숨을 죽일수 밖에. 칸에 승부를 걸었던 '밀양'은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드디어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베니스 영화제 강수연 이후 20년만에 찾아온 한국영화의 쾌거다. 그럼에도 불안한 건 한 편의 영화를 보러 극장을 찾는 일반 관객의 마음은 대체로 똑같기 때문이다. 그들은 재밌고 감동적이며 자신이 만족할 작품을 만나길 원한다. 해당 영화가 칸에서 황금종려상 아닌 다이아몬드 종려상을 받았건,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건 관객의 선정 기준에는 참고 사항일뿐 필수 요건은 아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관객들은 그동안 해외영화제 수상작들과 기쁨은 같이했지만 흥행과는 무관한 행태를 보였다. 국내 평단과 칸 국제영화제의 인정을 동시에 얻은 '밀양'은 어떤 길을 걷게 될지가 자못 궁금하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