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경기에서 잘 던지면 그저 행운이 따르거나 깜짝 호투라고 단정지을 수 있지만 두 경기에서 눈부신 투구를 펼친다면 과연 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마도 실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 ‘풍운아’ 조성민(34, 한화) 얘기다. 조성민은 지난 22일 청주 현대전에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5이닝 4피안타 3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올 시즌 마수걸이 승리를 장식했다. 이날 조성민은 2005년 5월 국내 무대 복귀 후 첫 선발승을 챙겼다. 전성기 시절 150km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며 타자들을 요리했던 조성민은 세월의 무게를 받아들이며 국내 무대에 돌아온 뒤 기교파 투수로 변신했다. 이날도 직구 스피드가 130km대에 불과했지만 슬라이더 싱커 등 변화구를 섞어 던지며 노련한 투구로 승리를 따냈다. 조성민은 27일 대전 두산전에서도 진면목을 유감없이 뽐냈다. 이날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6회까지 노히트노런을 기록하며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7회 두산의 선두 타자 민병헌에게 볼넷을 내준 뒤 3번 고영민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 첫 안타를 맞은 조성민은 김동주를 고의 4구로 1루에 출루시켰다. 5번 최준석의 내야 땅볼로 3루 주자 민병헌이 홈을 밟아 1점을 내준 조성민은 1사 1,3루에서 송진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조성민은 6⅓이닝 동안 볼넷 4개와 3실점했으나 두산 타선에 단 한 개의 안타만 허용하는 완벽함을 과시했다. 삼진도 4개 솎아냈다. 두산은 4-5로 뒤진 9회 안경현의 2타점 적시타로 6-5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둬 조성민의 호투가 빛이 바랬다. 김인식 한화 감독도 이날 경기 후 "선발 조성민의 호투가 아깝다"며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날 경기에서 조성민의 호투가 행운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했다. 비록 경기에서 패했지만 조성민의 실력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김 감독은 흐뭇하지 않을까.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