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세인트피터스버그, 김형태 특파원] 시카고의 한낮은 밝은 햇살이 가득했다. 미국의 현충일(메모리얼데이)인 29일(한국시간) 태양보다 빛난 건 김병현(28.플로리다 말린스)의 피칭이었다. 공에는 힘이 넘쳤고 공끝은 춤을 췄다. 선발로는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던 우려를 일축할 만한 투구였다. 자유자재로 꽂히는 슬라이더와 투심패스트볼에 FSN 플로리다 캐스터는 "베컴의 크로스처럼 휘어진다!(Bend it like Beckham)"며 영화제목을 인용해 감탄했다. 김병현이 올 시즌 가장 뛰어난 투구로 시즌 3승째(2패)를 달성했다. 김병현은 이날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에 선발등판, 6이닝을 3피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투구수 105개에 스트라이크 66개. 탈삼진 5개를 기록했고 볼넷은 3개를 내줬다. 시즌 방어율은 7.02에서 5.16으로 크게 낮아졌다. 이적 후 2경기서 허용했던 홈런도 이날은 없었다. 피안타 3개 모두 단타에 그쳤다. 내셔널리그 타격 2위 데릭 리와의 3차례 맞대결에서는 삼진 2개와 우익수플라이로 완승을 거뒀다. 김병현이 선발 전업 후 5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7번째. 김병현은 2004년(1번) 2005년(2번) 2006년(3번) 선발등판한 경기에서 5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키며 실점을 '0'으로 억제한 바 있다. 마운드에만 올라서면 공격적으로 변하는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1회부터 전력투구로 컵스 타선을 압도했다. 선두 알폰소 소리아노를 중견수 플라이로 처리한 후 김병현은 클리프 플로이드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강타자 리를 루킹삼진으로 돌려세워 투아웃. 이후 병현은 '묘기'를 선보였다. 볼카운트 1-2에서 아라미스 라미레스에게 던진 4구째가 방망이에 걸리면서 원바운드로 강하게 자신을 향해 되돌아왔다. 김병현은 상체를 3루쪽으로 제치면서 동물적 감각으로 왼손의 글러브를 들어 타구를 낚아챘다. 그리고는 1루로 '강속구'를 뿌려 라미레스를 잡았다. 메이저리그 '진기명기'에 소개될 만한 장면이었다. 2회에도 김병현은 삼진 1개를 곁들여 3타자를 가볍게 처리했다. 첫 위기는 3회에는 있었다. 수비 실책으로 쉽게 끝날 수 있었던 이닝이 길어졌다. 2사 후 소리아노의 평범한 땅볼을 3루수 미겔 카브레라가 1루에 악송구해 수비가 계속됐다. 클리프 플로이드의 중전안타로 2사 1,3루. 타석에는 다시 들어선 리. 그러나 김병현은 볼카운트 1-3로 몰린 상황에서 파울로 풀카운트를 만든 후 82마일짜리 투심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 상황을 끝냈다. 리글리필드을 가득 메운 홈팬들은 입을 다물어야 했다. 4회에도 김병현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라미레스를 중견수 플라이, 마이클 배럿을 삼진처리한 후 재크 존스에게 좌전안타, 마크 데로사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라이언 테리오를 91마일 포심패스트볼로 돌려세운 것. 김병현은 5회 역시 볼넷 1개만 내주고 무실점처리했고 선두 라미레스에게 좌전안타를 내준 6회에는 후속 마이클 배럿을 2루 직선타에 이은 1루 송구로 더블아웃처리했다. 마지막 타자 존스는 1루 땅볼로 잡고 이닝을 마쳤다. 투구수가 100개를 넘어가자 김병현은 2-0으로 앞선 7회초 타석에서 대타 토드 린든과 교체돼 이날 경기를 마쳤다. 김병현의 역투에 힘입어 쉽게 경기를 리드한 플로리다는 7∼9회 1점씩 더 얹으며 추격권에서 벗어났다. 최종 스코어는 5-3 플로리다의 승리. 플로리다는 이로써 뉴욕 메츠와의 홈3연전 싹슬이패의 악몽에서 벗어나게 됐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