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여자 주연들, 평범한 직업으로는 더 이상 시청자의 관심을 사로잡기 힘들다. 가정주부를 비롯해 교사, 약사, 의사 등 기존 드라마에서 늘 다뤄졌던 컨셉트는 이제 식상하다. 최근 드라마 속 여 주인공들은 톡톡 튀고 다양한 직업으로 브라운관을 누비고 있다. 실제 우리 사회 속 여성의 지위가 빠르게 향상되면서 직업영역이 확대되는 현실을 반영하는 추세일수도 있다. 독특한 직업으로 드라마의 매력을 더하는 여자 스타들을 소개한다. 무기 로비스트 장진영 장진영(33)은 올해 9월 초 방송되는 SBS 드라마 ‘엔젤’(이현직 연출, 최완규 주찬옥 극본)에서 무기 로비스트로 브라운관에 컴백한다. ‘엔젤’은 세계 무기시장에서 활동 중인 국제 로비스트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대작 드라마다. '청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싱글즈’ 등 그동안 영화 위주로 활동했던 장진영과 국민 사극 ‘주몽’의 송일국의 출연으로 일찍부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장진영은 ‘엔젤’에서 베테랑 로비스트(허준호)를 스승으로 두고 본격적인 국제 로비스트의 길로 들어선다. 로비스트는 특정 조직의 이익을 위해 정책 입안자나 의원을 상대로 활동을 하는 사람을 일컫고 특별히 무기 로비스트는 무기 매매와 관련된 시장에서 활동한다. 무기시장을 둘러싼 이야기라는 점도 이색적이지만 총, 탱크 등 살벌한 무기를 취급하는 세계에 함께 총부리를 겨누며 역동적으로 여성이 뛰어들어 활동하는 것도 시청자들에게 꽤 흥미롭게 다가온다. 공항 운영실장 최지우 최지우(32)는 5월 19일 첫 방송을 시작한 MBC 특별 기획 드라마 ‘에어시티’(임태우 연출, 이선희 극본)에서 공항 운영실장으로 거대 국제공항의 곳곳을 누비고 있다. ‘에어시티’는 인천 국제 공항을 배경으로 공항의 안전과 보안을 지키는 공항 직원들과 국정원 요원의 치열한 일상, 애환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다. 제작 초기부터 인천 국제공항을 무대로 해서 이목을 끌었다. 최지우가 맡은 공항 운영 본부 실장 한도경이란 역은 프로페셔널하고 5개 국어에 능통한 판단력과 추진력 있는 단호한 인물이다. 전통적인 드라마에서 남자 배우와 멜로를 지향하는 지고 지순한 여주인공의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셈. 하지만 이런 역동적인 여배우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참신하게 다가온다. KBS 드라마 ‘겨울연가’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을 통해 ‘눈물의 여왕’으로 불리며 최고의 멜로 배우로 인정받은 최지우가 기존의 멜로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국한된 연기를 벗어나 역동적이면서도 영민한 엘리트 여성으로의 변신 또한 주목해 볼 일이다. 드디어 여자 강력반장 탄생, 고현정 고현정(36)은 5월 22일 인기리에 종영된 MBC 드라마 ‘히트’(유철용 연출, 김영현 박상연 극본)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강력반장 차수경 역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깔끔한 제복 차림의 예쁜 여순경 역할이 주였던 경찰 드라마에서 터프한 여자 강력반장이 등장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조인성과 멜로 연기를 펼친 컴백작 SBS '봄날’이나 연하남 천정명과의 유쾌한 로맨스를 그린 MBC‘여우야 뭐하니’ 보다 '히트’의 열혈형사 고현정에게 더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히트팀 멤버 그대로 ‘히트 시즌 2'를 만들라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봄날’과 ‘여우야 뭐하니’등에서 연기력을 새로 검증받은 고현정이 유독 '히트'에서 더 돋보였던 이유는 여성 강력반장이라는 직업이 한 몫을 했다. 장진영-무기로비스트, 최지우-공항 운영 실장, 고현정-강력반장 모두 독특하고 강한 캐릭터이다. 전문 직업의 세계를 다루는 드라마가 많은 요즘, 로맨스의 중심에 여배우가 있는 것이 아니라 일의 중심에 여배우가 있다. 여배우들의 전형성의 탈피는 과거보다 높아진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crysta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