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어쩌겠는가. 모든 결과물이 다 박수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는 없는 게 인간사다. 그렇게 드라마는 끝이 났고 드라마를 만든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 제작발표회 때의 긴장감, 기대감, 설렘은 없었지만 서로를 격려하는 목소리들 사이에는 끈끈한 정이 넘치고 있었다. SBS TV 주말 특별기획 ‘푸른 물고기’가 5월 29일 저녁,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조촐한 종방연을 가졌다. 공교롭게도 그 자리는 지난 3월 성공작으로 손꼽히는 ‘외과의사 봉달희’ 팀이 종방연을 가졌던 음식점이다. SBS 신임 사장이 참석해 금일봉을 주고, 각종 연예 정보프로그램에서 급파된 방송 카메라가 사람들 사이를 누비던 번잡함이 눈에 선한 그 자리에는 대신 조용히 기울이는 소주잔과 주고받는 회한들, 그리고 새 작품에 대한 희망들이 오가고 있었다. 처음처럼 그 끝이 화려하지 못하다 해서 탓할 일도 아니었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던 마음으로 드라마가 방송되는 내내 땀 흘려 일했고 그리고 변함없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짓고 있으니 그게 바로 유종의 미다. 자리를 숙연하게 했던 두 남자의 회한, 그 속울음이 찡한 감동으로 남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많은 관계자들 중에서도 특히 연출자인 김수룡 감독과 주연배우 박정철, 두 사람에게 ‘푸른 물고기’는 매우 각별했다. 김수룡 감독에게 ‘푸른 물고기’는 수년간 맥을 이어온 미스터리 멜로물의 완결편이었다. ‘태양의 남쪽’(2003년), ‘그린로즈’(2005년)에 이어 미스터리 멜로 3부작의 마지막 완결편에 해당되는 게 ‘푸른 물고기’였다. 그런 탓에 앞의 두 작품이 복수와 응징의 코드였다면 완결편인 ‘푸른 물고기’는 용서와 화해의 코드로 마무리를 짓고자 했다. 그러나 방송의 결과는 기대처럼 나오지 않았다. 그 사이 한참이나 변해 버린 시청자들의 입맛은 요구가 까다로워진 시어머니 같았다. 인사말 요청에 술잔을 들고 어색한 미소로 좌중을 돌아보던 김수룡 감독은 “모든 게 제가 지고 가야 할 짐입니다. 힘든 여건이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여러분 고맙습니다. 수억 원의 손해를 보면서도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제작사에 고맙고 마음도 몸도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열심히 연기해준 배우들에게도 고맙습니다”고 했다. 그 마지막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푸른 물고기’는 주연 배우인 박정철에게도 매우 특별했다. 군 복무 공백을 메울 첫 번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드라마 출연도 2003년 ‘스크린’ 이후 3년 7개월만의 일이었다. 박정철이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연출자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목숨 걸고 연기한다”고 혀를 내둘렀다. 그런 박정철도 시원찮은 결과에 속울음을 삼켜야 했다. 박정철은 “목숨 걸고 한 게 맞습니다. 저는 정신력은 강하다고 자부하는 편인데도 나중에는 지쳤어요. 정신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예전에 ‘신화’라는 드라마를 할 때처럼 혼신을 다했습니다. ‘신화’ 때는 진짜 신인이었고 ‘푸른 물고기’ 때는 다시 신인이 된 마음가짐으로 뛰어들었어요. 그렇지만 현실은 냉정하더군요. 여러 실패요인이 있겠지만 주연배우로서 책임감 강하게 느끼고요,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다음’을 얘기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고 말했다. ‘푸른 물고기’를 하는 사이 박정철에게는 개인적으로 큰 변화도 있었다. 공개 연인 사이였던 차예련과 결별하는 아픔을 겪었다. “결별설이 보도되면서 정말로 관계가 서먹해졌고 결국 연인관계를 정리하게 됐어요. 하지만 그것뿐이지 여전히 좋은 선후배이고 같은 소속사 동료이기도 해요”라며 결별설을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에 대한 아쉬움도 털어 놓았다. 하지만 박정철은 ‘내일과 희망’을 더 많이 이야기 했다. “제 나이 이제 32살이죠. 인생의 2막이 시작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2막의 첫 단추가 잘 안되기는 했지만 처음부터 잘 됐으면 오히려 자만해지지 않았겠어요?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좀더 많은 준비를 해야겠구나 생각했죠. 6월말에는 ‘신기전’이라는 영화에 우정출연 하는데 영화에서는 조연부터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고 목소리에 힘을 주고 있었다. 박정철은 말했다. “저는 앞으로 계속 진화할 것입니다.” ‘푸른 물고기’로 고생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도 마찬가지일 듯하다. 100c@osen.co.kr
